이번 사건은 우선 작전의 주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채업자 등 ‘큰손’이 저가에 주식을 사모은 뒤 증권사 직원 및 브로커들과 짜고 주가를 높여 일거에 팔아치워 시세차익을 얻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작전의 전형이었다.
한국티타늄 사건 등에서는 회사가 작전의 주체로 직접 등장했다.
한국티타늄 이흥주(李興周·62)전사장은96년9월부터 지난 2월까지회사공금4백11억원을 동원해 주식가를 8천원대에서 2만5천원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한국티타늄은 전환사채(CB)가 1백만주의 주식으로 전환돼주식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는바람에매입한 주식을 제때 팔지 못해 3백83억원을 날렸다.
검찰은 “한국티타늄은 실패했지만 기업이 직접 작전을 펼 경우 내부정보와 회사자금을 동원해 대규모로 투자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순진한 일반 투자자의 피해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광산업과 금강피혁도 회사자금을 이용해 자기회사의 주가를 조작했다가 적발됐다.
선진국 금융시장에서 유행했던 ‘베어 헉(Bear Hug)’기법도 등장했다. ‘베어 헉’이란 작은 짐승들이 큰 곰을 뒤에서 껴안아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소액 투자자들이 연합해 대주주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하는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일컫는 말.
유화증권 역삼지점장 오재영(吳在泳·41·구속)씨 등 증권사 중견직원5명은M&A 정보가 주가 상승 요인이 되는 점에 착안해지난해8월 ‘M&A월드’ 대표김모씨에게 고니정밀 M&A시나리오를 짜도록 부탁했다.
오씨 등은 이 시나리오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연합해 고니정밀을 M&A하는 것처럼 공시되게 해 주가를 2만원대에서 3만5천원대로 올렸다.
PC통신을 활용해 작전을 펼친 사례도 처음 등장했다.
한진투자연구소 소장 이상윤씨(33·지명수배)는 지난해 6,7월 하이텔 등 4개 PC통신망에 자신이 최고 투자전문가라는 내용의 선전문을 띄워 고객의 자금을 모은 뒤 다시 PC통신에 삼화전자 주가가 급상승할 것이라는 취지로 허위내용의 글을 올려 작전을 시도했다.
이씨는 정모씨의 돈으로 삼화전자 주식을 샀다가 7일만에 1억7천만원을 벌어 수수료로 6천만원을 받는 등 3명의 주식 투자자로부터 2억8천만원을 챙겼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