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협상 내주가 고비…김우중회장 새 중재안 제시

  • 입력 1998년 12월 30일 19시 34분


현대와 LG그룹간 반도체 통합시한이 사실상 다음달로 미뤄진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적극 중재에 나서고 있어 통합협상은 내주중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김우중(金宇中)전경련 회장은 29일 박세용(朴世勇)현대 강유식(姜庾植)LG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을 서울 H호텔에서 만나 양 그룹의 입장을 청취한 다음 새로운 중재안을 전달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경련이 경영주체 선정을 맡았던 미국 아서 D 리틀(ADL)사의 통합대안중 두번째 안을 유력하게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ADL의 통합2안은 ‘은행이 대출금 출자전환을 통해 51%의 지분을 확보한 다음 통합을 주도하고 추후 어느 한쪽에 지분을 넘겨주는’ 방안.

전경련은 현대전자의 경영권 장악을 전제로 하는 지분 조정방안(1안)과 지분 조정없는 전략적 제휴방안(3안)은 각각 LG와 현대그룹이 강력히 반발할 것이 뻔해 협상카드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경련 관계자는 “두번째 안 역시 추후 은행지분을 특정업체에 몰아줘야 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며 “LG그룹에선 특히 (정부가 사실상 지배하는)은행들이 현대측에 지분을 넘겨줄 것이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과 정부는 ‘중재의 폭’을 넓히기 위해 LG의 경영권 포기를 전제로 하는 다양한 보상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현재 △현대의 데이콤 지분 △이동통신업체나 통신단말기 사업 △액정표시장치(LCD)사업부문 등을 LG에 넘기는 방안이 실현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96년 LG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정부에 각서를 쓴 ‘보유하고 있는 데이콤 지분을 매각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안도 급속히 부상하고 있다.

양 그룹 구조조정본부는 전경련의 제안에 대해 신년 초에 입장을 정리해 전경련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다음달 1일 정상출근해 반도체 빅딜과 관련한 LG의 최종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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