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재벌개혁’초점은 ‘총수권한 분산’

  • 입력 1999년 1월 2일 20시 36분


그룹총수가 경영전권을 행사하는 방식의 재벌기업 운영시스템이 올해부터는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위주로 바뀌게 된다.

정부는 올해 재벌개혁의 핵심을 ‘재벌총수의 권한분산’에 두고 이사회를 대폭 강화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도 2일 ‘무능한 재벌총수의 퇴진과 전문경영인의 역할 강화’를 올해 재벌정책의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이미 지난해말 유가증권 상장규정이 개정돼 상장법인의 사외이사수가 종전 1명에서 ‘전체임원의 25% 이상’으로 늘어났다. 모든 상장법인은 우선 올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임원의 25%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이사의 25%를 재벌총수와 관련없는 사외이사로 채우기만 해도 총수의 경영권이 많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올해안에 사외이사를 이사수의 50% 이상으로 늘리도록 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기업경영권이 재벌총수에서 이사회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이사회가 대규모 투자를 심사 결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능한 총수를 퇴진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금감위는 보고 있다. 이는 기업 경영구조를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미국식으로 바꿔나간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난해 상법과 증권거래법을 개정해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등 재벌총수의 독주를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장부열람권을 갖는 소액주주의 자격을 지분 1% 이상에서 0.01%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소액주주의 견제기능을 강화했다.

기업 내부에선 이사회와 소액주주의 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 외부에선 은행의 기업감독기능을 강화해 기업지배구조를 바꿔나간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

금감위 관계자는 “의사결정권자가 경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동아건설의 경우에서 보듯이 부실경영주는 앞으로도 경영일선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위는 재벌의 소유와 경영 분리를 위한 법의 제개정 작업을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추진해나갈 방침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