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이후 주가폭등 양상이 이어지면서 1천만원 안팎의 소액자금으로 증시에 뛰어드는 초보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서는 주식형 수익증권 등 간접투자상품으로 일부 분산되고 있지만 신규로 개설되는 위탁계좌는 대부분 ‘개미투자자’들의 것.
이에 반해 강남의 거액투자자들은 폭등세에 유혹당하지 않는 ‘노련한’ 투자패턴을 보이고 있다. 주식의 ‘쓴 맛 단 맛’을 모두 경험한 이들은 되도록이면 손실부담이 적은 간접투자를 선호하는 양상이다.
최근 장세가 과열조짐을 보임에 따라 초보투자자들이 주가하락에 따른 피해를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증권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서울 강남은 한산, 변두리는 장사진〓한 증권사 고위임원은 “갈퀴로 돈을 쓸어모으고 있다”는 말로 대목을 맞은 증권가를 빗대어 표현했다. 그러나 모든 증권사 점포가 이런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강남지역 점포들은 객장이 한산하다. S증권사 강남지점의 한 직원은 “30분 이상 주식투자를 권유해도 계좌를 트려는 고객이 별로 없다”며 “요즘 강세장은 남의 일 같다”고 털어놨다.
반면 서울 상계동이나 목동, 경기도의 경우 광명 부천 등 수도권 외곽의 점포와 지방점포는 연일 몰려드는 개인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대신증권 광명지점은 2백20여평의 객장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고객이 몰리고 있다. 이종수(李鍾秀)지점장은 “많을 때는 2백여명이 몰려들지만 이들중 상담을 의뢰하는 고객은 별로 없다”며 “싼값에 살 수 있는 주식을 골라 스스로 매수주문을 내는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큰손들의 투자패턴〓억대 자금을 굴리는 거액투자자들은 요즘같은 폭등장에도 불구하고 직접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증권사 관계자의 얘기다.
강남의 큰손들은 작년초 연 25∼30%대의 회사채에 투자자금을 예치해둔 것에 만족해 한다는 것. 그렇지만 신종적립신탁 등 은행 신탁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다음 투자처를 고르기 위한 ‘수익률 쇼핑’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선택한 투자상품은 스폿펀드 등 주식형 수익증권과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상품.
한 억대 고객은 주가가 ‘뜨기’ 시작한 작년 10월초 한 투신사가 발매한 스폿펀드에 6억7천만원을 예치, 두달만에 2억9천여만원의 매매차익을 올렸다. 한달만에 목표수익률 20%를 달성한 후 곧바로 똑같은 스폿펀드에 재예치해 총 44%의 수익률을 올렸던 것. 이 고객은 그후 경기도 분당의 3억원짜리 빌라를 구입했다.
▽‘두배 불리기’환상에 매달리는 개미투자자들〓대우 현대 LG 대신 등 주요 증권사의 변두리 점포는 하루 평균 20여개의 신규계좌가 개설되고 있다. 이들의 투자금액은 5백만∼2천만원이 대부분.
한 증권사 지점장은 “종목과 매입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하는 과열분위기는 올들어 많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증권 건설주 등 값싼 주식 중심으로 매수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투신사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개인들도 무모하기는 마찬가지. 한국투신 관계자는 “요즘 일반인들은 무조건 펀드매니저의 이름이 붙은 ‘실명펀드’를 요구한다”며 “실명펀드는 주식편입비율이 70∼90%여서 위험하다고 말려도 ‘왜 불길한 쪽으로만 생각하느냐’며 오히려 항의한다”고 귀띔한다.
대한투신 허연훈(許年勳)영업지원부차장은 “신참 투자자들은 주식으로 돈을 2∼3배 불리려는 ‘환상’을 갖고 증시로 뛰어든다”며 “최근처럼 주가가 단기 급등한 때는 항상 폭락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