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의 산업은행 인사에서 전직원의 절반인 1천여명이 자리를 옮겼다. 그 이유는 이번에 새로 도입한 인사제도 때문. 기존에는 업무고과 등에 따라 인사부에서 일방적으로 근무부서로 발령을 냈으나 이번에는 본인의 희망을 최대한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먼저 지명제도.
국제투자 기획 영업 중소기업 관리본부 등 본부장(임원급)이 함께 일하고 싶은 팀장급(부서장)을 지명했다. 팀장은 원하는 팀원을 선택할 수 있다. 여러 본부장이나 팀장으로부터 지명받은 팀장 및 팀원은 자신이 원하는 업무와 상사를 고를 수 있다.
아직은 직접 고르는 것이 아니다. 본부장이 자신이 일하고 싶은 팀장급을 1.5배수로 추천, 인사부에 명단을 전달하면 인사부는 후보중에서 발령을 내는 시스템이다. 팀장들은 ‘누구누구를 우리팀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본부장은 인사부를 통해 그 의견을 반영시켰다. 인기있는 팀장의 경우 6개 본부장중 5명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을 정도.
두번째는 공모제도.
국제투자본부의 프로젝트파이낸스, 인수합병(M&A), 원―외화 딜링, 뮤추얼펀드 등 선진금융업무 분야에서는 일하기를 원하는 직원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그중에서 선발했다.
그 결과 3백명 정원에 5백명이 지원하는 등 인기가 높았다. 이 분야에 지원한 인력들은 20대에서 30대 등 젊은층이 많았다. 산업은행은 이 부문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국제적인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하기 위해 연봉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실적이 부진했던 지점 3군데의 지점장도 지원자를 받아 배치하는 공모제를 적용했다. 그 결과 수신전문지점인 잠실지점장에는 산업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지점장이 탄생했다. 김세진(金世珍·44)잠실지점장이 그 주인공으로 78년 입행 이래 외환업무와 수신업무를 주로 맡아왔다. 잠실지점의 경우 개인고객들을 상대로 재테크 상담을 해주는 역할이 커 남성을 배제한채 여성만을 상대로 공모, 산업은행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는 것.
산업은행 인사팀 관계자는 “직원의 절반정도가 인사이동을 하다보니 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그동안은 인사때만 되면 암암리에 상사들을 찾아다니며 인사청탁을 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물밑 움직임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업무를 당당하게 찾아갈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