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제시한 환란 원인
▽금융감독 부실〓외환감독 업무분장과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아 금융기관의 외화조달과 운용에 대한 종합적인 감독이 없었다. 위탁검사기관인 은행감독원은 은행들이 외환관리법규를 어기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정도였다.
당시 재정경제원은 97년 3월 은행별로 중장기(3년 이상) 외화자금 한도배정을 실시했다. 안정적인 외화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된 금융기관들은 단기외화자금을 조달하여 장기자금으로 운용했다
이는 유동성 악화로 이어졌고 외환위기 대처능력은 그만큼 떨어졌다.
종금사의 동일계열기업 여신한도와 대주주 여신한도를 각각 종금사 자기자본의 150%, 100%로 과다하게 설정하여 종금사의 부실화를 초래했다. 일부 종금사의 경우 과도한 기업어음(CP) 매출로 인해 소속 계열그룹의 사(私)금고로 전락했지만 적정한 건전성 지도기준도 없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한은 업무별 금융기관별로 분산돼 있었다. 개별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체계적인 감독이 어려웠고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했으며 금융부실화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분명해졌다.
▽금융산업 낙후〓금융기관들은 기업의 사업성과 신용도를 따지지 않았다.
담보가 있거나 대기업이라면 돈을 빌려줬으며 특정재벌에 돈을 퍼주는 등 신용리스크관리를 하지 않았다.
전문인력 없이 외환업무를 마구 벌였다. 외형확대를 위한 수신경쟁에 나서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
▽불투명한 기업경영〓국제기준에 맞지 않는 기업회계제도로 기업의 신뢰도가 낮았다. 채권과 채무의 현재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환차손 연구비 등도 자산에 포함시켰다.
부실한 회계제도는 우량회사와 부실회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기업이 이사회가 아닌 총수 중심으로 운영돼 경영능력에 대한 대외신인도도 떨어졌다.
▼ 재경부 반론
재정경제부는 “외국환관리법령에 한국은행총재와 은행감독원장에게 일반은행의 외환업무에 대한 감독 및 일반적 검사를 하도록 권한이 위임돼 있다”고 지적했다.
당시 재경원의 실무책임자는 “은감원이 이같은 규정에 따라 현장 검사 및 감독을 해놓고 이제 와서 발뺌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종금사의 외환업무 역시 6대 종금사만 재경원에서 직접 관리하고 나머지 종금사들에 대한 감독은 은감원에 위임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경원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경제정책을 담당했던 관계자는 “기업의 부실채권 증가 및 총수중심 경영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포함해 신규 대형 사업들은 대부분 재경원의 권한 밖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