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연간 2천5백억달러에 달했던 신흥 시장으로의 자본유입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1천9백억달러 수준으로 감소되면서 말레이시아 등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유치 실적이 전년에 비해 무려 20∼60%까지 줄어들었고 아시아 최대의 투자유치국이던 중국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얻은 값진 결실이다.
외국인직접투자의 내용을 보더라도 제조업이 65%를 차지하여 생산 및 고용유발효과 중심의 투자가 이루어졌다. 첨단통신 및 반도체 등에 대한 신규투자는 미국의 모토롤라나 페어차일드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중소기업의 경우 일본 기업들의 투자가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제안한 ‘APEC투자박람회’의 서울 개최 결정은 외국인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투자박람회에는 21개 회원국이 참가해 각국의 투자유치 최적분야를 선보이게 되며 전세계에서 모여든 3천명의 투자가들과 상담을 벌이게 된다.
올 6월은 정부의 개혁프로그램 성과가 가시화되고 또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드는 단계란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IMF지원 후 1년만에 28억달러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경제성장세를 회복시킨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 미국의 집중 지원이 뒤따랐던 멕시코도 플러스 성장을 달성하는 데 2년 반이 걸렸으며 IMF구제금융 졸업의 대표적 선진국으로 불리는 스웨덴과 핀란드도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는 데 만 4년이 걸렸다.
그러므로 APEC 투자박람회는 불과 1년6개월만에 한국이 IMF체제를 어떻게 극복하였는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세계30위 밖의 하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 투자유치 규모도 개혁이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14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금년 투자유치 1백50억달러를 달성하게 되면 전세계 투자 유치에서 3%의 비중을 갖게 되고 세계적으로는 투자 10대국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오늘날 투자는 국가의 종합경쟁력 지표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매우 크다.
APEC투자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기업과 국민에게는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계기이자 우리 경제의 체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한 한국 국민의 노력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국가이미지가 획기적으로 제고될 수 있도록 개혁프로그램의 조기완성과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타파 등 국제경쟁력 배양 노력이 함께 뒤따라야 한다.
여기에 경상수지에 큰 기여를 한 수출이 함께 버티어 준다면 경제위기로 무너진 우리의 자존심은 빠르게 치유될 것이며 새롭게 태어나는 경제생태계를 바탕으로 ‘제2의 건국’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상<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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