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창곤/농산물 도매상제도 시범실시를

  • 입력 1999년 1월 25일 19시 16분


농산물 유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76년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약칭 농안법)이 제정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동안 농안법은 여러번 개정됐으나 급변하는 유통환경과 이해 당자사들의 주장을 효율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또 다시 개정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자 소비자 학계와 같이 농산물유통개혁대책위원회를 구성, 농산물유통개혁안을 마련했고 여당과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도매상제도의 도입문제로서 첨예한 의견대립으로 합의점이 도출되지 못해 국회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도매상제도의 즉시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현 제도에서는 △도매시장법인의 수집기능이 미약하고 △출하자의 출하선택권이 제한되고 △복잡한 유통단계로 유통비용과 시장관리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측은 도매상제도가 △거래의 투명성이 없으며 △영세한 생산 및 분산구조하에서 오히려 유통단계를 늘려 비용증가요인이 되고 △도매상이 이전의 위탁상에 불과할 것이며 △거래교섭력의 불균형으로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만 손해를 본다고 말한다. 결국 양측은 4차례 공청회에서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새 제도의 도입은 어느 한 쪽 주장의 강도에 따라 결정될 수 없다. 즉 제도도입에 따른 효율성 투명성 형평성 거래비용 안정성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하며 제도 도입전 충분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다. 그러나 완벽한 검증을 한 뒤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경쟁력 상실의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양측이 입장을 일부 양보함으로써 법안통과가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즉 개정안에서 행정구역 구분에 의해 지정된 중앙과 지방도매시장의 구분을 시장규모나 현재의 거래형태를 기준으로 개정안보다 적은 수로 재조정해야 한다. 지방도매시장 중 소매단계의 유통체계가 급속히 진전된 지역에 위치한 도매시장에 대해 제도 검증차원에서 도매상제도를 시범실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 새 도매상 개념이 이전의 위탁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전창곤<한국농촌경제연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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