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의원들로부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강전부총리는 먼저 시장경제논리를 전제로 하고 IMF환란의 원인으로 민간기업의 대규모 차입경영을 일차적으로 꼽는 등 ‘면피론’에 능숙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돈을 빌리는 주체가 책임지고 갚아야 한다. 당시 연속적으로 대재벌이 부도를 내면서 외부신용이 추락했다”는 그의 주장에서 당시 강전부총리의 상황인식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경제비서관 등이 사실상 위기가 감지된 97년 6,7월부터 정부의 비상대책의 필요성을 주장한 점을 감안하면 강전부총리의 위기 대처과정이 안일했던 배경이 의문스럽다는 관측이 많다.
그는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는 자신의 ‘펀더멘털론’에 대한 의원들의 공격에 대해서도 “취임할 때부터 경제는 위기상황이었지만 외환시장 대책 등을 통해 대처했다”며 자신을 옹호했다. 다만 IMF로 가야 할 정도의 위기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은 자인했다.
그러나 강전부총리는 외환관리의 수단이 되는 외환보유고를 ‘가용’외환보유고로 이해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위기관리능력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외환보유고의 운용책임이 한국은행에 있고 97년 당시 환율이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도 이경식(李經植)전한은총재나 재정경제원 실무자들의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돼 강전부총리의 해명이 군색하다는 평이다. 외환관리의 권한이 재경원과 한은으로 이원화돼 있지만 궁극적 책임은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강전부총리는 IMF협의를 눈앞에 두고 구제금융규모에 대한 예측을 잘못한 문제에 대해 “이전총재가 ‘연말까지는 괜찮다. 연말 이후가 문제다’고 말한 이후 상황이 이전총재의 전망보다 더 나빠졌다”며 은근히 책임을 떠넘겼다.
임창열(林昌烈)전부총리에 대한 인수인계 난맥상에 대해서도 임전부총리의 ‘탓’으로 돌렸다. 강전부총리는 “이임 당시 후임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상기하면서 “임전부총리가 IMF행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면 전화를 해서라도 물어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경제사령탑을 바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더욱더 문제라는 얘기가 많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