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기업들은 근로자들의 반발과 부품업체의 동요에다 일부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지역차별 발언으로 막대한 영업손실과 함께 기업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고 있지만 내색조차 하지 못한채 속앓이만 하고 있다.
▽사업장은 전국에 있다〓여야 대치상황에서 지역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빅딜기업들이 주로 영남권 기업’이라는 인식 탓이다. 그러나 기업 내부사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현대전자에 사업을 물려줄 LG반도체. 사업장이 청주와 구미에 있으나 청주공장의 종업원이 6천여명으로 구미의 2천여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대우에 넘어갈 삼성자동차가 부산에 공장을 뒀지만 빅딜의 최대 수혜업체로 눈총을 받아온 현대는 대부분의 사업장이 울산에 포진해 있으며 오히려 광주의 아시아자동차 공장을 인수했다.
▽글로벌시대에 특정지역은 의미없다〓대표적인 영남기업으로 일반에 알려진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재벌들은 90년대 들어 세계시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창업주의 출신지를 기준으로 특정지역 그룹으로 규정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의 경우 창업주가 영남 출신이지만 계열 호남정유가 전남 여천에 공장을 두고 호남권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호남’이란 회사명 탓에 호남기업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적인 마케팅에 지장을 받자 구자경(具滋暻)당시 회장이 부산에서 일일 주유원으로 활동하고 회사명도 LG칼텍스정유로 바꾸기까지 했다.
수송재벌 광주고속이 지역색을 탈피하기 위해 ‘광주’를 ‘금호’로 바꾼 것도 마찬가지 맥락. 가전부문에서는 삼성 LG 대우 모두가 광주에 대단위공장을 가동중이다.
빅딜 위기감이 가장 큰 부산의 경우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이미 전국 최고인 10.1% 수준이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차별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부산지역은 IMF 이전에도 4,5%의 실업률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며 “위기는 지난 정권시절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는 주도산업 육성에 실패한 탓”이라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