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혁신의 일환으로 서로 상대방의 강점을 벤치마킹하며 변화를 모색해온 현대그룹과 삼성그룹이 특유의 과거식 경영 스타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
현대의 특징은 무엇보다 정주영(鄭周永)스타일이 상징하는 밀어붙이기식의 이른바 불도저 경영. 특유의 이런 배짱도 YS정권하에선 정치적 괘씸죄에 걸려 수세에 몰렸다.
하고싶은 투자도 하지 못하고 앞뒤를 가리며 수비적인 경영을 펼쳐오던 현대그룹은 최근 금강산개발 등 남북경협과 대기업 빅딜과정에서 여느 때보다 저돌적인 협상력을 과시하며 면모를 일신했다.
불도저식 경영의 백미(白眉)는 대기업 빅딜과정의 두드러진 성과. 현대는 기아자동차인수―반도체흡수―잠수함사업 경쟁입찰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독주를 견제하는 시선은 아예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그룹의 목표를 달성했다.
현대가 협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1안’이외에는 아예 대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재계에선 널리 알려진 이야기.
삼성그룹은 현대완 정반대다. 삼성은 93년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신경영추진이후 ‘관리가 발목을 잡는다’는 자아비판과 함께 관리통 재무통의 임원이 대거 퇴진하고 기획통 영업통 임원을 중용해왔다.
그러나 자동차사업을 포함해 그동안 기획팀이 주도해왔던 신규사업들이 잇달아 실패하면서 삼성내부에선 공격형 경영에 대한 심각한 반성과 함께 내실경영의 필요성이 다시 대세를 얻게 됐다.
구조조정본부안에서도 재무팀의 위상이 크게 강화되는 등 관리형 경영스타일로 다시 회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그동안 ‘초일류기업’ ‘세계기업’을 꿈꾸면서 무한확장을 추진하던 삼성그룹이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 ‘돈되는 사업’만 알차게 이끌고 가겠다는 전략.
이같은 삼성의 회귀는 최근의 임원인사에서 두드러진다. ‘삼성 사관학교’로 불리는 제일모직에서 전통관리 재무기법 등을 배운 임원들이 일제히 주요계열사의 중요포스트로 승진한 것.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