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회 정착’이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지만 이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기업은 신용상황에 변동이 있으면 거래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수 있지만 개인의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은행이용자가 부채현황을 신고해도 금융기관을 통한 부채는 조회가 가능하지만 사채는 현실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해 실효성이 없다. 또 신용카드 소유자 중 95%는 이미 카드사들의 연체정보시스템에 의해 일일 파악이 가능하고 2천만원 이상 대출자는 은행연합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을까. 개인신용에 대한 합리적인 등급기준 마련 등 체계적 접근보다 신용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기적이다. 은행대출은무분별한소비행태가아니라 생존권의 문제임을 간과한 채 독과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취지가 좋더라도 실업과 파산 급증으로 금융여건이 열악한 현실에서 은행문턱이 더 높아져 서민 가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
또 제도권 금융의 건전한 발전에도 도움이 안되고 사채시장이 더 커질 우려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대출 등을 통해 개인사업을 해보려는 창조적 경제행위까지도 위축시키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사회안전망이 허술한 상황에서 절박한 금융소비자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아 사회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는 만큼 차제에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금융거래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완전한 금융실명제 실시, 보증보험제도 간편화, 연대보증관행 개선 및 금지 등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본다. 부채현황표 작성이 실제 운용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끝으로 금융권 부실정리에 49조원의 국민세금이 수혈된 점을 감안해 금융권이나 금융인들은 항상 금융소비자의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위평량<경실련 정책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