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協선정 「빛나는 수출기업」]은성디벨럽먼트外

  • 입력 1999년 2월 7일 19시 29분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미용 기기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속눈썹 성형기. 속눈썹을 위로 감아올려 눈 모양을 예쁘게 해주는 것으로 미국 유럽 등 서구에선 웬만하면 한개씩 갖고 있을 만큼 필수품에 속한다.

여성들은 이 기기를 쓰면서도 늘 불만스러웠다. 하루만 지나면 눈썹이 도로 처져 날마다 새로 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이다.

여성들의 이런 불만을 풀어준 업체가 바로 한국의 은성디벨럽먼트사. 이 회사가 97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전자식 성형기는 우리나라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유명해졌다.

은성의 아이디어는 단순한 데서 출발했다. ‘적정한 열을 가해 눈썹을 감아 올리면 모양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었다.

열을 가할 때 생길 수 있는 눈 부위의 화상위험은 자동으로 적정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반도체 내장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제품이 나가자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작년 8백만달러를 수출한 이 회사는 올해 수출목표를 2천4백만달러로 늘렸다. 경쟁력이 탄탄해 작년 하반기 환율 급락에도 끄덕없었다. 은성의 관계자는 “달러당 1천원선으로 내려가도 이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일맨파워사는 일본 거품경기 붕괴 이후 ‘1백엔 샵’ 등 저가시장 팽창을 알아챈 발빠른 대응이 성공을 가져왔다. 한일은 컵 문구 등 잡화류를 개당 2백원대의 ‘초저가’로 일본에 내다팔았다. 그러나 단지 가격만 싸게 한 건 아니었다. 자체디자인실과 상품개발실을 운영해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목과 디자인을 엄선하고 있다.

은성과 한일의 사례는 독창적인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어떻게 해외시장을 개척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역협회가 7일 선정한 ‘IMF시대 빛나는 수출기업’들은 뛰어난 기술력, 틈새시장 공략, 철저한 바이어 관리 등 저마다 독특한 노하우로 ‘IMF 물렀거라’라고 호령하고 있다.

장갑을 만드는 ㈜시즈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는 업체. 비결은 연간 1천여종에 이르는 신제품 개발에 있다. 시즈의 제품개발력에 반한 바이어들은 대개 10년 이상된 단골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나인벨상사는 ‘양면 넥타이’라는 기발한 제품으로 바이어들을 사로잡았다. 바람이 불면 쉽게 뒤집혀지는 넥타이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뒷면의 재봉선을 없애고 넥타이 끝을 집어 넣을 수 있게 했다.

미니스쿠터 제조업체인 바른걸음사는 기존 체인구동방식이 소음과 타이어마모가 심하다는 데 착안했다. 이 회사의 벨트구동형은 미국에서 그동안 시장을 장악해온 모터워크사 제품보다 1백50달러 높은 값에 판매될 만큼 고가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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