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자-주부들의 창업준비모임 「진달래」

  • 입력 1999년 2월 7일 20시 01분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 피카디리극장 인근 작은 빌딩의 한 사무실.

중년의 남성이 30대 중반의 남자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해주느라 여념이 없다.

“그때 내가 직접 꼼꼼히 살피지 않은 것이 잘못이었어요. 무슨 사업을 하더라도 다른 사람 말에 솔깃하지 말고 직접 일일이 확인해야 합니다.”

중년의 남성은 3년전 캐릭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의 쓴 맛을 본 박모씨(48). 지난해말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아이템을 찾고 있는 30대 남자에게 자신의 실패담을 들려주고 있는 중이었다.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대화는 진지했다.

창업을 하고 싶지만 아무런 정보가 없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이 곳은 ‘진달래(진짜 달콤한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 10평도 채 안되고 난로도 없는 사무실이지만 창업의 열기로 뜨겁다.

비영리 단체인 ‘진달래’가 결성된 것은 지난해 11월. 노동부에서 창업강좌를 맡았던 창업컨설턴트 이재연씨(33·여)가 명예퇴직자 주부 등 창업에 뜻을 둔 10여명을 모아 만든 모임이 3개월만에 6백여명으로 불어났다.

이씨는 “소자본 창업자 중 상당수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겪는다”고 ‘진달래’ 결성 배경을 설명했다.

회원들이 ‘진달래’를 통해 얻는 가장 큰 소득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

사업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 회원으로 가입해있기 때문에 이들의 생생한 체험담만큼 좋은 정보는 없다. 업종 및 입지 선정, 집기 구입, 등록 절차 등 초보자들로서는 궁금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 각자 여기저기 다니며 들은 짜투리 정보도 한데 모으면 꽤 쓸만한 정보가 된다.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10년간 양식 조리부에 근무했던 한 조리사는 최근 회원으로 가입한 뒤 외식업 창업을 희망하는 다른 회원들에게 자신이 갖고있는 모든 노하우를 제공하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한 달에 한 번씩 창업 전문가들을 초청해 갖는 정기모임도 호응이 높다.

인원이 늘어나 앞으로는 요식업 서비스업 아동관련업 무역업 인테리어 정보통신 등 분과를 나눠 모임을 가질 예정.

체인사업 희망자들을 위해 체인본부 책임자를 불러 설명회를 갖는 것도 중요한 행사.

서신혜간사는 “보통은 가맹 희망자들이 체인본부를 찾아가 일방적인 설명만 듣게 되지만 여기서는 거꾸로 회원들이 선택한 체인본부를 불러오는 식이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볼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

회원 가운데 누군가 창업을 하게 되면 자신의 일처럼 거들고 나서는 것도 ‘진달래’만의 장점. 지난주말 요식업을 희망하는 회원 몇몇은 한 회원이 얻어놓은 가게를 함께 보러갔다. 어떤 업종을 선택해야 할지부터 모든게 막막하던 회원이 도움을 요청하자 대여섯명의 회원이 선뜻 따라 나섰던 것.

‘진달래’를 찾아온 한 실직자는 “정보를 나누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진달래 02―3672―8789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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