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銀인수「뉴브리지」, 편중여신 축소 방침

  • 입력 1999년 2월 8일 18시 35분


제일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뉴브리지캐피털이 대기업 편중여신을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대우그룹 등 관련기업들이 외자조달을 통한 부채상환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외국계 은행처럼 대기업 편중여신을 해소하려는 추세여서 현대 삼성 LG 등 다른 재벌그룹들 역시 은행빚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뉴브리지는 3∼4월경 제일은행 인수절차를 마친 뒤 미국 기준에 맞춰 편중여신을 줄이는 등 자산재구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위는 외국계 은행들은 동일기업여신을 자기자본의 25∼30% 이내로 제한하기 때문에 2조원에 달하는 제일은행의 대우그룹에 대한 여신은 올해안에 5천억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선진금융기관들은 이자연체 여부로 여신건전성을 구분하는 국내기준과 달리 부채비율이 높거나 수익성이 좋지 않은 기업 여신은 무조건 회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금감위측은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헌재(李憲宰)금감위원장은 최근 “제일은행이 해외에 매각됨에 따라 이 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두고 있는 재벌들의 채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5대그룹은 우량계열사를 먼저 매각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우그룹은 올 상반기중 ㈜대우의 보유주식 매각을 통해 1조5백억원의 외자를 조달해 제일은행 빚을 갚는 데 우선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해소하지 못한 편중여신은 외국계 금융기관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분산시킬 방침이다.

대우그룹 관계자는 “올해 그룹의 외자유치계획은 약 20억달러이며 대우통신의 3억달러 유치가 조만간 실현될 것”이라며 “제일은행 여신이 축소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한빛은행 윤재복(尹哉福)여신업무부장은 “LG 삼성의 경우 동일계열 여신한도를 넘긴 여신 규모가 크지 않지만 부동산매각 외자 유치 등 자구계획을 통해 여신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현대그룹담당 송병덕차장도 “당국의 지침에 따라 한도를 초과한 현대그룹 여신을 줄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의 해외매각 및 외국인들의 경영참여를 대기업 편중여신을 해소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 금감위의 방침이기도 하다.

〈임규진·이철용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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