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청문회는 여당 단독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IMF행 당시 경제팀의 늑장대응이나 위기예측의 실패, 대선자금을 둘러싼 정경유착의 고리를 찾아내는 등 나름대로의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정최고책임자였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등 핵심증인의 불출석으로 환란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애로를 겪었다. 또 지나치게 경제팀의 책임추궁에만 매달린 나머지 외환위기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대안 모색은 미흡했다는 평이다.
▽정책실패〓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97년 당시 경제팀은 2백6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소진하고 환율방어에 나섬으로써 외환위기 진화에 실패했다는 게 특위위원들의 전반적 평가다. 그러나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 이경식(李經植)전한국은행총재는 오히려 “당시 환율을 실세화했다”며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기아사태처리 지연〓김전대통령이 대기업 연쇄부도를 우려해 기아를 부도내지 말도록 지시함으로써 기아사태를 장기화시킨 사실이 확인돼 국정최고책임자의 올바른 정책판단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당시 대부분의 대선후보와 정당들이 기아회생을 요구하는 등 조기해결에 걸림돌이 됐지만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외환위기 늑장대응과 보고체계 난맥상〓강전부총리가 IMF행 6일전에야 김전대통령에게 IMF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을 보고하는 등 초동대처를 소홀히 한 결과 IMF 급행에 따른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는 측면들이 부각됐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는 강전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의 강변에 의원들은 면박과 무안을 주는 방법으로 대응해 위기상황이 재발할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모색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정경유착〓비록 김전대통령이 부인하고 있지만 92년 대선직전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으로부터 1백50억원의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증언을 확보한 것은 구체적 성과 중의 하나다. 재벌의 차입경영이 정경유착의 또 다른 면이며 결과적으로 기업과 금융부실을 초래했다는 인과관계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종금사와 개인휴대통신(PCS)사업 인허가비리〓지방투금사의 영세성에 비춰 종금사 무더기 전환이 무리였고 정부의 감독인력 부재로 부실경영을 재촉했다는 게 중론이다.
PCS사업관련 의혹 규명은 핵심증인의 불출석으로 한계가 있었지만 사업자 선정기준 변경의 문제점은 명확히 드러났다. 그러나 의원들은 물증없이 인허가과정의 정치커넥션만 무수하게 제기했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