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품 사용제한]자세한 내용-각계 반응

  • 입력 1999년 2월 17일 19시 42분


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1회용품 사용제한 조치는 환경보호라는 긍정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러운 시행으로 상당한 시행착오가 우려되고 있다.

1회용품 사용에 익숙한 생활현장의 소비자들은 비용부담과 함께 당장 큰 불편을 감내해야 할 형편이고 관련업계는 당국의 무차별적인 규제와 소비자의 불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돌려줄땐 환불’등 검토]

★1회용품도 돈내고 써야 한다★

쇼핑을 하면서 비닐봉투 종이백 등을 공짜로 받아쓰던 시절은 끝났다. 쓰레기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에 돈을 내게 된 것처럼 비닐봉투 종이백 등을 사용하려면 의무적으로 돈을 주고 사야 한다.

규제대상인 10평 이상의 매장을 갖고 있는 전국의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편의점 등은 모두 10만7천여개. 이제부터는 상점에서 별도의 비용없이 물건값만 내고 나오려면 꼭 장바구니를 들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점포에 따라 1회용봉투나 쇼핑백을 사서 가져간 뒤 이를 다시 매장에 돌려주면 봉투값을 환불받을 수 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미도파 등 주요 백화점들은 쇼핑백을 10∼1백원에 판 뒤 고객이 가져오면 이를 환불해줄 예정이다.

10평 미만의 구멍가게나 시장 좌판 등은 이번 조치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종전처럼 비닐봉투 등을 무료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비롯한 음식점에서는 종이컵 아이스크림용기 등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분리수거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편의점 가장 큰타격 예상]

★준비가 덜된 유통업계★

유통업계는 충분한 여론수렴과 고객계몽을 위한 유예기간없이 1회용품의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한다.

대형유통업체들은 환경부가 당초 설연휴 중인 15일부터 이번 조치를 시행하려 한 것을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해 간신히 18일로 연기했다.

그러나 대부분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부가 국민에게 홍보활동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를 강행하면 소비자의 엄청난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며 걱정이 태산.

대형유통업체들은 일단 장바구니 등을 장려해 이를 갖고 오는 고객에게는 사은품이나 생필품을 주는 ‘1회용품 안쓰기 캠페인’을 업계 차원에서 전개하는 등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했다.

봉투판매를 위해 추가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 등 실제 운영에도 상당한 비용증가가 예상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그래도 대형업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 지방 유통업체 등 대부분의 중소유통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단속상황을 살펴보며 대응하겠다는 것.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유통업체는 편의점. 이용고객이 대부분 장바구니를 휴대하지 않는 직장인 학생 등이기 때문이다.

편의점의 한 관계자는 “몇백원짜리 물건을 팔면서 비닐봉투값을 받을 경우 편의점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진다”고 걱정했다.

[容器회수문제 촉각 곤두]

★재활용 활발한 외식업계★

외식업계는 종이컵 등 1회용품을 90% 이상 재활용만하면 되기 때문에 유통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

KFC(켄터키프라이드치킨)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업체들은 최근 1회용품 재활용체제를 갖추고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있다. KFC는 지난해말 전국 1백35개 매장에서 월 1백50만개의 종이컵을 수거해 물류센터로 모은 뒤 종이타월로 만들어 다시 매장에 배포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한국맥도날드도 종이컵은 휴지로, 쇼트닝은 재생비누로 생산해 매장 아파트단지의 부녀회나 학교 등에 나눠주고 있다. 휴지는 한달에 3만여개, 재생비누는 한달에 5만여개 생산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반면 아이스크림전문점인 배스킨라빈스는 아이스크림용기의 회수 문제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매장에서 직접 먹는 것이 대부분인 다른 패스트푸드점과 달리 대부분 집으로 가져가는 제품이라 현실적으로 수거가 어렵기 때문.배스킨라빈스측은 “소매점에서 파는 빙과업체의 아이스크림용기는 놔두고 우리 점포만 수거책임을 묻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

[商議“대체용품 개발 먼저”]

★1회용품 산업 휘청★

1회용품에 대한 규제강화로 연간 4천억원에 이르는 1회용품 시장은 당장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번 조치로 1회용품 시장규모는 2천억원 이하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수천개 영세업체들의 휴폐업 사태가 잇따를 것으로 우려된다. 도시락제조업체들은 스티로폼으로 만드는 1회용 도시락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곧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이같은 각종 부작용이 우려됨에 따라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회복이 가시화될 2001년까지 1회용품 사용제한 조치를 2년간 유보해 줄 것을 최근 정부에 건의했다.

유통업체와 중소제조업체 소비자 등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이 제도를 지금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

대한상의는 건의문에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일회용품 사용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용품 개발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규제 이전에 환경친화적이고 재생가능한 대체용품 개발이 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중·김승환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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