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운동」 올 주총 최대 변수 등장

  • 입력 1999년 2월 18일 19시 38분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주총의 대세를 좌우할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참여연대의 경우 이미 재벌총수들에 대해 ‘한판승부’를 예고한 상태. 적극적인 시민운동의 표본적 사례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이들 소액주주운동이 가져올 부정적인 결과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외환위기를 불러온 재벌들의 문어발확장, 차입경영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주주권익 보호’라는 당초 목표에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주이익에 대한 논란〓한국개발연구원(KDI)의 A연구위원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소액주주운동이 너무 거창한 목표를 세우는 바람에 본질이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달 참여연대측이 5대그룹 계열사들에 회계감사법인 교체와 사외이사 선임, 스톡옵션제 도입 등을 요구한 것은 ‘지분 만큼의 권리를 인정하는’ 주식회사 본질에 맞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공병호(孔柄淏)전경련 부설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최근 소액주주운동은 근로자들의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여 IMF이후 보편적 가치로 인식되어온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에도 배치되는 것”이라는 분석. 공소장은 지난해 소액주주 목소리에 밀려 SK그룹 계열사들이 SK증권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는 바람에 시세차익을 크게 올릴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 “당시 소액주주측이 소송을 당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법론 논쟁〓소액주주 권익보호 운동이 주총장을 넘어 정치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의 B연구위원은 “시민운동은 주주권리를 되돌아보게 만든 기폭제”라고 평가하고 “그러나 권익보호는 주총이나 최악의 경우 사법부 판결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자유기업센터측은 “경영진의 행위가 문제된다면 상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이용하거나 지분을 팔고 떠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또 “정부가 추진해온 5대그룹 빅딜이나 은행 구조조정에 대해선 왜 소액주주의 권리를 따지지 않는가”라고 반문하고 소액주주운동의 타깃이 왜 선별적인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주주권리 보호엔 그래도 긍정적〓참여연대측은 지난해 제일은행의 한보특혜대출과 관련, ‘은행 임원들이 주주들에게 수백억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이끌어냈다.

KDI의 A위원은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 경영권의 정당한 행사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결과를 가지고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사법부 개입은 명백한 횡령 배임 등에 국한되어야 한다는 입장. LG그룹 관계자는 또 “법원이 경영행위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릴 경우 경영진은 위험을 피해 보수적인 결정만을 쫓아 가게 된다”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차세대 업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것을 우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우리재벌들의 오너중심의 독선적 경영이 아직 청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견제가 주주권리 보호에 비교적 긍정적이라는 입장. 다만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는 방법과 비판대상에 있어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이들은 주문한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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