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환총재『한국銀, 관료보다 더 관료화됐다』

  • 입력 1999년 2월 20일 19시 49분


“한국은행은 관료보다 더 관료화됐고 ‘썩어가는 고인 물’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20일 직원조회에서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한은에 대한 외부의 곱지않은 시각을 솔직히 털어놨다.

전총재는 “70년대까지 한은은 금융권과 정부에 능력있는 인력을 공급하는 인재풀의 역할을 했으나 80년대 이후 ‘도끼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는 나무꾼’처럼 현실인식을 게을리해 전문성이 퇴색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조직내에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는 우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전총재의 ‘자아비판’은 외부전문가 영입과 연봉제 및 직군제 실시를 골자로 하는 한은 조직개혁방안의 전면적인 실시를 앞두고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등 동요의 기색이 역력한 것도 사실.전총재는 “경제정책의 축이 한은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등 3각구도로 분할 정립되면서 한은도 경쟁력을 길러야 살 수 있는 절박한 시대로 접어들었다”며 전문성 배양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번 조직개혁안이 일부 미흡한 점도 있지만 앞으로 운영의 묘를 살려 부작용을 줄여나갈 것”이라며 “늦었지만 역량있는 경제전문가로 성장해서 6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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