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기업들 참가 열풍 『노사가 뛴다』

  • 입력 1999년 2월 21일 19시 52분


‘새봄 새천년 동아마라톤과 함께.’

노사(勞使)가 따로없고 남녀노소 구분도 없다. 모두가 하나다. 더구나 참가자가 원할 경우 가입할 수 있는 ‘1미터에 1원씩 백혈병 어린이 돕기 성금’은 이번 마라톤의 의미를 더욱 값지게 하고 있다.

내달 21일 경주에서 펼쳐지는 제70회 동아마라톤대회.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의 마음은 한결같이 힘들었던 지난 한 해의 피로를 땀방울로 씻어내고 새봄을 활기차게 맞이하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동성화학★

신발창의 재료가 되는 폴리우레탄 등 각종 신발관련 기초재료를 생산하는 부산 사하구 신평동 ㈜동성화학은 이번 동아마라톤에 3백80명 전직원이 참가한다.

동성화학에 이번 동아마라톤 대회는 단순한 체육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다. 59년 설립된 동성화학은 국내 신발경기가 한창이던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을 거치며 발빠르게 해외 거점을 확보하고 아디다스 나이키 리복 등 유명 신발업체들과 연계함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신발소재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그러나 IMF 경제난은 이 회사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생존을 위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직원의 3분의1 가량인 2백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남은 직원들도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동성화학은 이번 동아마라톤 참가가 침체된 회사의 분위기를 바꿀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장이하 전 직원이 마스터스 5㎞이상 구간을 함께 뛰기로 했다.

5㎞, 10㎞ 등 거리별 우승자에게는 자체적인 개인상을 시상하고 직원들을 25명∼30명씩 14개 팀으로 나눠 한 명의 낙오도 없이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팀에 단체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마라톤이 끝난 뒤 경주에서 대규모 직원 단합 대회도 준비중이다.

또 전 직원이 개인별로 ‘1미터 1원’행사에 참여하고 회사측도 직원들이 달린 거리를 계산해 별도로 1미터에 1원씩 백혈병 어린이 돕기 기금을 내놓기로 했다.

물류관리팀 이석명(李錫明·36)씨는 “회사의 발전과 단결을 위해서 체력이 다할 때까지 달리고 또 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훼미리타운★

강원도 속초와 경기도 가평, 제주도 등지에 콘도미니엄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훼미리타운㈜은 이번 동아마라톤에 최성국(崔成國)회장을 비롯한 1백여명의 남녀 직원이 참가한다.

이 회사는 해마다 동아마라톤대회에 20∼30명의 직원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왔지만 올해는 회사 차원에서 참가를 결정했다.

최회장은 “이번 동아마라톤을 통해서 직원들과 함께 어떠한 난관에 부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10㎞코스에 도전하며 ‘1미터 1원’행사에도 참여한다.

★신한은행★

1백여명의 직원이 동아마라톤에 참가하는 신한은행은 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마라톤의 생활화’운동을 벌여왔다.

노조는 지난해부터 조합 간부들을 중심으로 각종 마라톤 대회에 20∼30명씩 출전해왔으나 올해는 규모를 크게 확대해 1백여명의 직원이 동아마라톤에 참가할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동아마라톤은 공기가 맑고 경관이 수려한 경주 보문단지에서 펼쳐져 동아마라톤 참가를 연례 행사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1미터 1원’행사에 전직원이 동참할 예정이다.

〈이 훈기자·부산〓조용휘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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