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밝힌 재벌개혁 의지는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작년 취임 직후 시작해온 재벌개혁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개혁의 고삐가 더욱 당겨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특히 반도체 자동차 전자 등 최근까지 당사자간 이해가 엇갈려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5대그룹간 빅딜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국내에선 절실히 못 느끼지만 기업 구조조정이 기가 막히게 강력하게 이뤄졌다”고 자평해 지난 1년간 30대 재벌에 대한 개혁이 어느 정도 기대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그가 재벌개혁의 성과로 내세운 것은 ‘세계에 유례없이 강력한 한국의 재벌그룹’으로부터 재벌총수의 법적 책임 강화,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 금지,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 다섯가지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
김대통령은 이어 “재벌을 미워하지도 않지만 비호하지도 않겠다”고 전제하고 “기업 경영을 철저히 해 세금 많이 내고 외화를 많이 버는 사람이 애국자”라며 “나라를 위해 경제활동하는 기업은 지원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해 기업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기준을 분명히 했다.
김대통령의 재벌개혁 관련 발언은 지난 1년간의 성과에 초점을 맞추었을 뿐 앞으로의 구체적 추진방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재벌개혁의 전제가 되어야 할 우리 산업의 미래 청사진도 제시되지 않았다. 아울러 재벌개혁만 원론적으로 강조하다보니 그동안 빅딜 등 기업구조조정을 서둘러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후유증에 대해 정책적 처방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