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銀 매각/의미-과제]은행구조조정 사실상 완결

  • 입력 1999년 2월 22일 19시 59분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계속돼온 은행구조조정이 사실상 완결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해 6월 동화 충청 등 5개은행의 퇴출로 시작된 은행구조조정 작업이 9개월만에 서울은행 처리로 막을 내린 셈이다.

일단 6대시중은행이었던 제일과 서울은행의 해외매각은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를 크게 높여 IMF체제극복에 상당히 기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뉴브리지캐피털과 홍콩상하이은행(HSBC)이 국내금융시장에서 한빛은행 등 국내대형은행들과 경쟁을 벌이게 됨에 따라 그만큼 국내금융산업의 경쟁력도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행 제값 받았나〓서울은행 매각방식은 제일은행의 경우와 동일하다. 부실자산과 일부 부채를 배드뱅크로 넘겨 건실한 은행으로 만든 다음 외국금융기관에 넘기는 방식이다.

구체적 매각조건을 보면 서울은행의 경우가 제일은행보다 유리하다는 분석이 많다. 서울의 경우 인수자산이 부실화할 경우 1년간(제일은 2년) 배드뱅크에 넘기기로 했으며 부실여부 판정은 금융감독원의 기준(제일의 경우는 양측의 합의)에 따르기로 한 것 등이 그것.

정부는 또 서울은행 영업권에 대한 대가로 2억달러를 지참금 형태로 미리 받아냈다. 이는 정부보유지분의 11%에 해당하는 신주인수 권리를 받아낸 제일은행 때보다 훨씬 나은 조건. 이 때문에 ‘제일은행의 헐값매각’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서울은행에 적용된 지참금은 야구구단을 창설할 때 야구발전기금을 내는 것처럼 영업권과 비슷한 개념.

▽국내은행업에 미치는 영향〓IMF사태의 원인인 기업부실은 금융기관이 제역할을 하지 못한데 있다. 이는 대기업위주의 여신관행 등 금융기법의 낙후 때문이었다.

서울은행을 세계 최첨단 금융기법을 가진 HSBC가 직접 경영할 경우 이같은 여신관행은 근본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문어발식 경영과 과다차입을 일삼아온 재벌들은 외국계 은행돈을 빌려쓰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또 국내 선도은행이 첨단기법의 제일, 서울은행과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합에 나서면서 금융산업의 선진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군소은행이 경쟁에서 탈락해 퇴출당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도 “미국계 투자기관인 뉴브리지와 유럽계의 HSBC가 동시 진출함으로써 해외자본 유입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미국 금융기법과 유럽의 금융기법이 국내금융시장에 도입되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소액주주와 노조의 반발〓추가부실의 규모가 클 경우 약속대로정부가처리해줘야하기 때문에 출혈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여신에 대한 HSBC측의 처리방향도 주목된다. 5대그룹 여신의 경우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동등취급의 원칙을 걸어놨으나 제대로 지켜질지 미지수다. 외국 선진은행의 경우 모든 기업여신에 대해 엄격히 등급을 정해 사업전망이나 경쟁력이 뒤진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여신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의 경우 기업대출에 관한한 정상여신까지도 부실가능성을 따져 일정 부분을 우리 정부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바람에 세부 조건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골칫거리다. 제일은행과 마찬가지로 소액주주 보유주식은 모두 유상 소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울과 제일은행의 임직원 정리과정에서 두 은행 노조의 강력한 저항도 예상된다.

▽HSBC는 어떤 은행인가〓1865년에 설립된 HSBC는 현재 세계32개국에 6백21개 지점 및 사무소를 두고 있다. 국내에는 82년 부산에 지점을 낸 뒤 현재 서울의 광화문, 삼성지점 등 3개의 점포망에서 기업금융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작년 11월부터는 소매금융에도 진출했다. HSBC는 98년 6월말 현재 총자산이 2백33조원에 달한다.

HSBC를 모태로 하는 HSBC그룹은 97년말 기준 자기자본 순위 세계1위로 세계 81개국 5천5백여개의 지점 및 현지법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금융분야 전반에 걸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본부는 영국 런던에 있다.

〈임규진·이철용기자〉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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