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정부 1년/외국 평가]『금융개혁은 불안』

  • 입력 1999년 2월 23일 19시 21분


▼골드만 삭스 ▼

한국은 아시아국가들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다. 부실금융기관 정리 등 23개항목을 분석해 금융불안지수(1∼24점이며 낮을수록 안정)를 작성한 결과 한국은 11점. 외환위기직전보다 안정된 것이지만 필리핀(9점)보다도 불안하다.

한국에서는 은행이 여전히 정부의 ‘금융정책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은행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너무나 뿌리가 깊어 내부로부터의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선 금융구조조정과정에서 국유화시킨 은행들의 무능력한 임직원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외국은행의 우수한 경영진이나 능력있는 총재를 기용해야 한다. HSBC나 GE캐피털과 같은 세계적인 유수은행들에 국유화된 은행을 팔아 민영화시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식이다.

▼밀켄 연구소 ▼

한국의 구조개혁은 실패했다. IMF와 세계은행이 한국의 정치 경제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개혁을 충분히 밀어붙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위기가 재발할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5대 재벌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그들이 자본을 ‘싹쓸이’해 경쟁체제는 현저히 약화됐고 경제집중은 어느 때보다 심화됐다. 금융개혁은 금융기관의 자본을 확충, 파산을 피하는 수준에서 멈췄다. 기업개혁은 재벌의 가족지배를 해체하지 못했다. 정리해고제는 정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해고할 수 있는 수준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치적 컨센서스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자본확충을 위해서는 세금을 올려야 하지만 김대통령은 국민의 반발을 우려, 이를 피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

한국의 일부 경제지표는 호전됐지만 실업자 급증 등 국민의 경제적 고통이 심각하다. 경제고통지수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김대중정권이 안고 있는 최대과제의 하나다. 김대통령은 “시장원리에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강력히 개혁을 추진했지만 실업자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해 경제고통지수는 연간 평균 8.75%로 86년 이후 가장 높았다.

외환보유액이 사상최고인 5백20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호재도 있다. 해외로부터의 투자도 늘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은 김대중정권의 개혁노력을 평가해 한국의 신용도를 거의 1년만에 높였다.

〈신치영기자·워싱턴·도쿄〓홍은택·권순활특파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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