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질문은 정치현안과 대북문제에 집중됐지만 김대통령은 모두연설의 대부분을 실업문제와 개혁에 할애했다. 한마디로 이제 터널의 끝이 보이니 좌절하지 말고 조금 더 참으면서, 그리고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나아가자는 메시지였다.
여야관계 개선과 정국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희망, 제2건국운동을 통한 의식개혁 필요성 등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김대통령의 언급도 결국 ‘싸우지 말고 힘을 합쳐 나아가자’는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졌다. 김대통령이 지역감정해소와 국민통합을 여러 차례 반복 강조한 것도 사회의 안정과 단합이 경제위기극복과 도약의 필수 선결조건임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좌절하지 말고 조금 더 참자’는 호소는 실업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 어떻게든 개혁을 완수해야 하고 개혁을 중도 포기하면 더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는 경고였다.
김대통령은 경제회생의 최대 걸림돌이 되는 우리 사회의 불안과 분열의 근저에 정치불신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는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김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정치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 역시 경제살리기를 위한 여건조성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도 분명하게 감지되는 대목이다.
냉전구조 청산과 대북화해 협력을 골자로 하는 김대통령의 대북정책의 바탕에도 통제가 쉽지 않은 외적 요인에 의해 국내 경제와 민생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공동정권 내부의 정치불안요인인 내각제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최대한 아껴 여전히 ‘큰 불씨’를 남겼다. 아직 김종필(金鍾泌)총리와의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대야관계에 있어서는 국정의 동반자로서 존경하고 여당도 고칠 것은 고치겠다는 보다 진전된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지역감정문제에 대해서는 그 원인을 야측에 추궁하게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김대통령의 정치분야 언급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 반응을 보여 여야관계가 복원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김대통령은 조만간 집권 2년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구상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아 조만간 정치권에 한차례 인사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