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경영권, LG로 넘어가나?

  • 입력 1999년 2월 28일 19시 56분


현대그룹은 난항을 겪는 반도체 빅딜 가격협상의 돌파구로 보유 데이콤 주식지분을 LG그룹에 넘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빅딜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며 지금까지 잠복해 있던 LG그룹의 데이콤 경영권 확보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28일 정부 및 양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LG반도체 인수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주식가치평가위원회에 “데이콤지분 등 정보통신관련 주식을 LG측에 넘길 수 있다”는 의견을 26일과 27일 연이어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가치평가위원회는 LG측에 현대의 ‘정보통신지분 양도론’을 전했으며 LG는 이에 대한 답례로 28일 그동안 4조원을 요구해온 LG반도체 양도가격을 3조원선까지 낮춰 제시하는 등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

LG그룹은 당초 매각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으나 현금 대신 데이콤 등 정보통신지분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그룹관계자가 전했다.

LG가 현대로부터 데이콤 지분을 반도체 매각대금으로 넘겨받으면 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선정 당시 데이콤 지분을 5%이상 보유하지 않겠다고 정부에 제출한 각서가 무효화돼 데이콤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당시 정부는 이같은 조건을 달아 LG에 PCS 사업을 허가했다.

LG는 이 각서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 데이콤 주식의 4.2%만을 보유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포함할 경우 실제지분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와의 약속 때문에 경영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실정.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데이콤 지분 4.86%(91만8천주)를 인수하면 전체지분을 35%로 늘리면서 실제 보유지분을 인정받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LG는 전자부터 정보통신까지 수직으로 묶고 유선과 무선통신, 기본통신과 첨단통신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정보통신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그룹 장기전략상 데이콤경영권 공식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형편이다.

정보통신부는 아직 “96년 각서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최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통신사업자의 지분제한이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5% 제한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이나 ‘빅딜완성’이라는 명분으로 이 제한을 풀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측이 보유한 데이콤 주식지분의 시가는 5백50억원정도로 반도체 가격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 그러나 LG가 종합정보통신그룹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반도체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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