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반도체 빅딜협상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으며 지금까지 잠복해 있던 LG그룹의 데이콤 경영권 확보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했다.
28일 정부 및 양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LG반도체 인수가격을 조정하고 있는 주식가치평가위원회에 “데이콤지분 등 정보통신관련 주식을 LG측에 넘길 수 있다”는 의견을 26일과 27일 연이어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가치평가위원회는 LG측에 현대의 ‘정보통신지분 양도론’을 전했으며 LG는 이에 대한 답례로 28일 그동안 4조원을 요구해온 LG반도체 양도가격을 3조원선까지 낮춰 제시하는 등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
LG그룹은 당초 매각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으나 현금 대신 데이콤 등 정보통신지분을 넘겨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그룹관계자가 전했다.
LG가 현대로부터 데이콤 지분을 반도체 매각대금으로 넘겨받으면 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선정 당시 데이콤 지분을 5%이상 보유하지 않겠다고 정부에 제출한 각서가 무효화돼 데이콤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부상하게 된다. 당시 정부는 이같은 조건을 달아 LG에 PCS 사업을 허가했다.
LG는 이 각서 때문에 현재 공식적으로 데이콤 주식의 4.2%만을 보유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포함할 경우 실제지분은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부와의 약속 때문에 경영권 행사를 하지 못하는 실정. 현대그룹이 갖고 있는 데이콤 지분 4.86%(91만8천주)를 인수하면 전체지분을 35%로 늘리면서 실제 보유지분을 인정받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LG는 전자부터 정보통신까지 수직으로 묶고 유선과 무선통신, 기본통신과 첨단통신을 모두 포함하는 종합정보통신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그룹 장기전략상 데이콤경영권 공식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형편이다.
정보통신부는 아직 “96년 각서는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공식입장이지만 최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부분 통신사업자의 지분제한이 풀리고 있는 상황에서 5% 제한은 실질적인 구속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업구조조정이나 ‘빅딜완성’이라는 명분으로 이 제한을 풀어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측이 보유한 데이콤 주식지분의 시가는 5백50억원정도로 반도체 가격에 비하면 미미한 액수. 그러나 LG가 종합정보통신그룹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반도체 협상의 실마리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