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광고전략 변화]메이커 숨기고 브랜드만 부각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27분


《기업들이 상반된 전략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사라진 그룹광고를 올들어 재개한 것은 위축된 위상을 쇄신하고 그룹이름이 들어간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자는 것. 반면 브랜드 매니지먼트(BM)는 기존의 기업 이미지 대신 새로운 느낌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겠다는 작전이다.》

현대자동차는 4월 다이너스티보다 상위 차종인 4천5백㏄급 신차를 출시하면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한번도 해보지 않은 획기적인 시도를 한다.

차체에 ‘현대’라는 로고를 붙이지 않고 별도의 브랜드를 붙인다는 것.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단한 실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은 변화의 이면에 담긴 의미 때문.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고급차 이미지를 심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현대차는 싸구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외국시장을 겨냥해 전혀 다른 메이커처럼 포장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는 이를 위해 4월 출시할 LZ와 YJ(LZ의 리무진형)를 전담하는 디비전(독립사업부문)을 구성, 생산관리 마케팅 등을 기존 조직과는 완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판매도 기존 영업소가 아닌 별도의 영업소에서만 하고 전문 애프터서비스 시설을 갖춘다.

현대의 이번 시도는 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브랜드 매니지먼트(BM)의 대표적 사례. BM은 ‘메이커는 숨기고 브랜드만 강조한다’는 전략으로 P&G, 유니레버 등 외국기업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LG전자는 지난해말 내놓은 고급 냉장고 ‘디오스’의 마케팅과 판매에 BM전략을 활용중이다. 광고에서 LG를 부각시키지 않으며 5만여명의 ‘로열 고객’리스트를 별도로 관리하고 판매도 기존 대리점에서는 하지 않는다.

제일제당의 화장품 ‘식물나라’, 서울우유의 어린이우유 ‘앙팡’, 남양유업의 요구르트 ‘이오’도 BM의 성공작.

국내에서 BM으로 가장 재미를 본 곳은 미원의 후신인 대상이 꼽힌다. 대상은 조미료 제조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종합 식품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95년부터 ‘청정원’이라는 브랜드를 최일선에 내세웠다. 결국 ‘조미료 냄새’를 완전히 없애는데 성공했고 매년 10∼15%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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