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농협의 부실경영에 대해 이미 지난해 12월 내사에 착수했다. 농협이 농민보다는 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돈놀이’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투서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결과 방만한 운영의 구체적 사례들이 드러났고 결과적으로 1조5천억원의 손실을 입은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전면적인 수사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2일부터 본격화될 검찰수사는 우선 방만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따지는데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출비리에 대해 원철희 전농협회장 등 책임자에 대한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한보사건에서 부실대출한 은행장들을 업무상횡령 혐의로는 기소하지 못했기 때문.
따라서 수사의 초점은 94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실대출비율이 1.1%에서 7.03%로 급증한 부분에 집중될 전망이다. 특히 98년8월말 기준으로 대기업에 빚보증을 섰다가 떼인 돈이 6천1백95억원에 이르고 대기업 부도로 받지 못한 빚이 9천억원이 넘게 된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들이 대출 커미션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를 위해 농수축협 고위간부와 친인척 계좌에 대해 대대적인 추적작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 관계로 수사가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농수축협 비리 수사가 한보그룹과 같은 대형 금융사건 수사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이같은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농수축협에 대한 수사가 편파시비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농수축협이 기업 등에 부실대출을 해준 배경에 구여권 정치인이 다수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고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구여권의 영향이 큰 이들 기관을 친여권 인사들로 물갈이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검찰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수형·조원표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