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대한생명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는 구체적인 복안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주요그룹들은 대생의 국내외 공개입찰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
최순영(崔淳永)회장의 구속기소로 최대의 위기를 맞은 대생은 현재 자산 부채 실사작업이 진행중이다. 공적자금 투입이나 매각 등 구체적 회생안은 내주말 실사작업을 마친 뒤에야 결정될 예정.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공개입찰은 매각 대안중 하나일 뿐”이라며 “재벌들이 김칫국을 마시고 있다”고 시큰둥하게 말한다.
그러나 재계는 대생의 부실채권 규모가 당초 예상했던 1조원을 3,4배 넘어섰다는 분석에 따라 조건부 회생보다는 공개입찰이 유력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생 인수 희망그룹으로 분류되는 쪽은 LG SK 현대 등. 이중 LG와 현대는 각각 소규모 생보사인 한덕 한국생명 인수를 사실상 확정지은 데 이어 부실생보사 1곳씩을 추가로 인수할 것을 금감위로부터 요청받은 상태다.
그러나 해당그룹은 생보업계가 삼성생명의 독주속에 교보생명과 대생이 나머지 시장을 양분해왔던 만큼 소규모 생보사 추가인수보다는 대생 인수를 통한 생보업계 진출이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들이 생보업 진출에 큰 관심을 가진 것은 생보사가 사실상 은행에 필적하는 자금동원 능력을 갖춘 데다 삼성그룹이 계열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전체의 자금흐름을 효과적으로 통제해온 데 자극을 받았기 때문.
다만 현대는 지난해 대기업 구조조정 와중에서 자동차 반도체 사업부분 인수를 확정, 현 정권과의 밀착설이 부담스럽게 작용할 전망이다. SK도 공기업이나 쌍용정유 인수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따라서 대생매각 방침이 확정될 경우 인수전은 이미 구조조정본부 내에 생보 전담팀을 발족시킨 LG와 외국 생보사간의 경쟁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재계에서는 관측한다.
외국기업으로는 지난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대생과 10억달러 규모의 지분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던 메트 라이프가 유력하지만 제삼의 외국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 등 기존업계가 ‘신규업체 생보업계 진출시 출혈 시장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제기, 경쟁그룹 진출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대생 처리는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