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4일 김우중(金宇中)회장 등 전경련 신임회장단 22명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이미 거대한 기업으로 국가경제가 형성돼 있으므로 대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고 세계시장에서 중소기업을 옆에 끼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침투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자적 발전을 강조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재계는 중소기업 지원중심의 정부 경제정책이 바뀔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노사문제와 관련해 김대통령은 “기업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노동자도 기업살리기 제일주의로 나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손해를 보고 망하게 된다”고 말해 노사화합을 통한 기업살리기를 양측에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정부도 기업편에 서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것이나 기업도 국민과 정부에 약속한 것을 성실히 지켜나가야 한다”며 “대기업은 기업을 팔거나 외자유치를 통해 부채를 축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도높게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2월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 재계 및 금융기관 정책간담회에서 약속한 부채비율 축소 등을 시간 끌지 말고 종결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회장은 “우리 대기업은 5대 합의사항대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며 올해도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전경련은 이날 김대통령의 대기업 관련 발언에 대해 “우리경제에서 차지하는 대기업들의 비중과 위상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김대통령이 취임 이전인 재야 시절부터 누누이 강조해온 신념이 활력있는 다수의 중소기업을 주축으로 한 경제발전”이라며 “이번 발언은 구조조정에 시달리는 대기업들도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중소기업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닐 것”이라고 풀이했다.
〈임채청·박래정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