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정세영명예회장에게 산업개발을 넘기기로 한 것은 ‘왕회장(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왕회장은 “현대가 정세영명예회장을 비정하게 내쫓았다”는 여론에 적잖은 부담을 느껴왔다고 현대관계자들은 전했다. 왕회장 스스로도 함께 그룹을 일군 동생에게 무엇인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정세영명예회장으로서는 썩 흡족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차선의 보상을 받게 된 셈. 현대산업개발은 작년의 불황기에도 흑자를 낼 만큼 현대 내에서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현대산업개발이 ‘보상물’로 선택된 것은 현대차를 넘겨받은 정몽구회장의 몫 중에서 하나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 현재 정몽구회장의 계열사는 인천제철 현대정공 현대강관 우주항공 등. 현대 관계자는 “이중 정세영명예회장의 현대차 지분에 비교적 상응하는 현대산업개발과 인천제철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산업개발 임원진도 대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내 ‘정세영 인맥’은 줄줄이 현대산업개발로, 현대산업개발내 정몽구회장측 인사들은 반대로 현대차에 대거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세영명예회장 일가가 현대에서 ‘철수’함으로써 1세 형제들간 분할은 완전히 마무리된다.
현대측은 “이것으로 정주영―정세영형제간 재산분할은 완료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제 남은 것은 2세들인 ‘몽(夢)’자 형제간 분할. 특히 아직 ‘구획’이 분명치 않은 금융업의 향배가 주목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