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소액주주요구 전격수용…NGO운동 새전기

  • 입력 1999년 3월 5일 19시 51분


삼성전자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운동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등의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역시 소액주주운동의 표적이 되고 있는 현대중공업 SK텔레콤 등 다른 5대그룹 계열사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삼성측의 이번 조치는 작년부터 시작된 소액주주운동에 대한 업계 최초의 반응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전기업에 확대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권익은 향후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소액주주의 권익강화 내용을 담은 정관개정안을 의결했다. 삼성전자는 이 개정안을 2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새 정관개정안은 ‘소수주주에 대한 보호’ 조항을 신설했으며 현재 전체이사총수의 3분의1로 규정된 사외이사의 상한선을 삭제해 경영에 대한 외부감시를 스스로 강화키로 했다. 또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발행할 때는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하는 원칙을 추가했고 0.5% 보유주주의 질문에 대해 15일 내에 회신을 해야한다는 조항과 회기 중에도 배당을 실시하는 중간배당제 도입을 개정안에 포함해 역시 소액주주에게 이익이 가도록 했다. 이 가운데 특히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 사채의 주주 우선배정 원칙은 참여연대가 최근 주주제안서에서 요구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매우 전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개정안은 또 10명의 주주대표로 이뤄진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2명 이내의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고 이사회의 경영위원회에 대한 감독의무 책임과 부당내부거래 금지 등도 이번에 신설했다.

내부거래의 경우 참여연대는 1백억원 이상일 때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요구했으나 삼성측은 비수직계열사로 매출의 5%(약 1조원)이상일 때만 승인받도록 부분 수용했다.

삼성측은 사장과 부사장 등 실질적인 경영자들로 구성된 경영위원회가 업무집행만 맡도록 하자는 참여연대의 요구는 이사회의 경영위원회 감독의무 책임을 명확히 하는 선에서 수용키로 했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운동을 이끌고 있는 참여연대 장하성(張夏成·고려대 경영학과)교수는 “한번도 공식 반응을 안보이던 삼성전자가 정관개정을 통해 일부나마 소액주주 운동의 내용을 수용한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교수는 그러나 “내부거래에 대한 이사회 승인 상한금액을 높인 것이나 금융권 등 제3자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존속시킨 점 등 아쉬운 점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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