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20돌 신라호텔 진기록]카타르왕자「팁 1,840만원」

84년 여름 서울 신라호텔에서 카타르의 칼리파왕자를 모신 한 직원은 돈다발이 담긴 가방 2개를 팁으로 받고 깜짝 놀랐다. 가방 안에 무려 1만5천달러(약 1천8백40만원)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난 팁을 놓고 한동안 고민하던 직원은 호텔측에 사실을 털어놨다. 신라호텔은 이 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은 기금이 2억여원으로 늘어났다.

칼리파왕자는 이후 카타르의 국왕이 됐다. 신라호텔은 다음달 칼리파국왕이 다시 방한하면 장학금을 탄 학생들을 모아 감사의 뜻을 전달하는 행사를 치를 예정이다.

8일 개관 20주년을 맞은 신라호텔(대표 이길현·李吉鉉)에 가장 오랫동안 투숙한 고객은 1천3백여일 동안 계속 머물렀던 일본인. 90년대초 세계보건기구(WHO)의 한국파견위원으로 근무한 이 일본인은 객실경비만도 2억여원을 썼다.

개관한 해인 79년 국빈인 카터 당시 미국대통령이 신라호텔에 투숙한 이후 마이클 잭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귀빈들이 신라호텔을 거쳐갔지만 한번에 가장 많은 객실을 사용한 고객은 아프리카 가봉의 봉고대통령. 80년대 중반 두번째 방한한 봉고대통령은 수행원들과 함께 호텔의 6개층을 독점했다.

반면 소탈한 생활을 고집한 국빈들도 많았다. 지난해 방한했던 로만 헤어초크 독일대통령은 객실 내 물품사용에서 간소한 식사에 이르기까지 검소한 생활태도로 직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국 최고의 부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은 세차례 투숙하면서 처음에는 최고급객실인 프레지덴셜스위트룸(1박 5백만원, 세금 봉사료 별도)에 묵었으나 다음부터는 일반룸을 고집했다.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회장 역시 호텔측의 프레지덴셜스위트룸 추천을 사양하고 일반룸을 선택.

귀빈을 모시기 위해 기울이는 호텔측의 노력은 남다르다.

사우디의 알 왈리드왕자가 오면 객실에 성경 대신 코란을 비치하며 카펫의 방향도 메카 방향으로 조정한다.

제임스 울펀슨 세계은행총재의 방한 때는 그가 첼리스트였던 점을 감안해 엘리베이터의 액정모니터로 카네기홀의 오케스트라 공연실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신라호텔은 20년간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인터넷신라홈페이지(www.shilla.samsung.co.kr)와 신라호텔사외보에 실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