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없는 뭉칫돈」부동산에 몰린다

  • 입력 1999년 3월 8일 18시 58분


부동산에 뭉칫돈이 다시 몰리고 있다.

4∼6일까지 올들어 처음 실시된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에선 예상을 뒤엎고 평당 1천만원이 넘는 고급 아파트가 모두 1순위로 마감됐다. 반면 내집마련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있었던 20∼30평형 아파트중 일부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올들어 법원경매나 성업공사 공매에서도 한동안 시들했던 상가나 근린생활시설물건 전원주택부지등이 ‘여유돈’ 투자자들에게 매력있는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실수요자보다는 여유돈이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 동시분양아파트〓6일 마감된 서울 동시분양의 평균 청약률은 1.8대 1을 기록, 경쟁률이 비교적 높았다.

평당분양가가 1천만원을 넘는 롯데아파트(84가구)의 전 평형이 1순위에서 평균 2.8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분양가가 7억9천3백만원인 75평형의 경우 모집인원 79가구를 훨씬 넘는 2백23명이 몰려 눈길을 끌었다.

현대건설(자양동 현대아파트)과 현대산업개발(녹번동 현대아파트)이 분양한 아파트도 모든 평형이 마감되는 호조를 보였다.

반면 길음동 삼부아파트와 삼선동 코오롱아파트는 청약자가 한 명도 없었고 우방 한솔 등 중견업체들이 분양한 아파트들도 미분양아파트가 상당히 됐다.

▽법원 부동산 경매〓법원경매에서도 내집마련 실수요자용 상품인 아파트는 1월 중순 이후 낙찰가율이 떨어졌지만 근린생활시설은 오히려 급상승하고 있다.

경매컨설팅 전문업체 태인컨설팅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 법원경매물건은 작년말까지 평균 경쟁률이 5대 1 정도였고 낙찰가율(최초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50%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올들어선 1월부터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어 최근에는 경쟁률이 보통 20대 1에 달하고 낙찰가율도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에선 최고 80%대로 높아졌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근린시설(감정가 8억6천만원, 최저경매가 5억5천5백만원) 경매에는 29명이 입찰에 응해 7억1천만원(낙찰가율 83%)에 낙찰됐다.

▽공매와 토지시장〓지난달에 실시된 성업공사 공매에서도 매각된 물건 60개중 42개가 4억∼5억원대의 근린상가 및 임대용 빌딩이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상가점포는 매각예정가격이 3억5천5백만원이었으나 신청자가 20명이나 몰리면서 5억8천2백만원에 낙찰됐다.

토지쪽도 수도권지역중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알려진 김포 파주 등지를 중심으로 매물을 찾는 사람이 작년말보다 두배 가량 늘어났다.

21세기컨설팅 김필성대리는 “올들어 2억∼4억원대의 전원주택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시장에 여유돈이 대거 몰리는 것은 금리가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주식시장 회복도 당초 기대에 못미치자 바닥상태까지 떨어진 상가나 임대용빌딩, 토지가 매력있는 투자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분석.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사장은 “여유돈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임대용이나 내년 이후 본격적으로 가격이 회복될 부동산상품이 주로 거래된다”며 “이같은 양상은 올 하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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