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쌍용정유 인수 합의…시장점유율 48%, 최대 정유社로

  • 입력 1999년 3월 11일 19시 01분


현대정유가 한화정유를 인수키로 한데 이어 SK㈜가 쌍용정유를 인수키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정유시장이 5사체제에서 3사체제로 재편된다.

SK와 쌍용양회는 11일 쌍용양회가 보유한 쌍용정유 지분 28.41%를 SK측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SK는 이날부터 경남 온산의 쌍용정유 생산시설 등에 대한 정밀 실사에 들어가 이르면 이달 안에 인수에 따른 실무문제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5사가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벌여왔던 국내 정유업계는 SK―쌍용, LG칼덱스정유, 현대―한화의 3사체제로 재편된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매각 조건 등이 확정되지 않아 완전한 인수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매각대금 1조원 미만〓현재 쌍용정유 최대 주주는 35%의 지분을 가진 사우디 국영 아람코사. 쌍용양회는 두번째로 많은 28.41%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쌍용측이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등 대부분의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이번 매각은 지분인수 방식을 취한 만큼 쌍용정유의 정제시설과 계열 주유소 등의 자산 및 부채는 모두 SK로 넘어갈 전망.

SK그룹 이노종(李魯鍾)상무는 이날 “이제 매매의향서 정도가 체결된 상황이며 본 협상은 지금부터”라며 양수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쌍용양회 관계자는 “지분만큼의 시가총액(3천2백억원)에 프리미엄을 합쳐 1조원 정도는 받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SK측이 당장 현금 1조원을 마련하기가 어려운 만큼 쌍용양회의 금융권 부채를 일부 떠안거나 회사채 만기시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인수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독립경영 체제로〓SK 관계자는 이날 “흑자기업인 쌍용정유를 계열사로 편입시키지 않고 독립 경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정유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11조5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순이익만 2천7백여억원을 남긴 흑자기업. 쌍용은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97년 7월1일 유가자유화 이후 국내 휘발유 시장의 가격 경쟁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모기업인 쌍용그룹이 지난해 경제난으로 흔들리면서 그동안 텍사코 엑슨빌 세브론 등 세계정유기업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왔었고 지난해 6월부터는 최대주주인 아람코사가 인수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쌍용그룹은 이번 정유 부문 매각을 통해 302%인 쌍용양회의 부채비율을 210%내외로 떨어뜨릴 수 있어 한숨을 돌리게 됐다.

▽5대3대2 시장 체제〓SK는 쌍용정유를 인수함으로써 국내 휘발유 시장의 48.8%를 점유, 시장점유율 32.3%인 LG와 한화에너지를 인수한 현대(18.9%)를 따돌리고 명실상부한 정유업계 선두가 됐다. SK로서는 이번 쌍용정유 인수로 그동안 시장 가격 과당 경쟁을 유발했던 ‘화근’을 제거했다는 의미에다 중복투자 해소에 따른 시너지효과까지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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