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를 3개월 앞둔 작년 3월 은행측이 “점포를 옮기겠으니 보증금 4억2천만원을 즉시 돌려달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온 것.
인씨가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당장 마련할 수 있느냐”며 항의하자 은행측은 “보증금을 즉시 반환하지 않으면 연 22%의 연체이자를 물리거나 세든 건물에 설정한 5억2천만원의 근저당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곧바로 인씨의 1천만원짜리 정기예금에 질권이 설정됐다. 이 정기예금은 계약체결시 은행측이 요구한 ‘꺾기성’ 예금.
‘건물 내부구조를 원상복구하라’는 인씨의 요구도 은행측은 묵살했다.
그렇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인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이순미(李順美)사무관은 “현행 민법상 중도해지 약정을 했더라도 임대인은 6개월 이전에, 임차인은 1개월 이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해야만 중도해지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또 계약해지나 종료시 임차인은 임차건물을 원상회복해 줄 의무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은행들이 유사한 불공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런 식으로 작년에 39개 점포를 이전 또는 폐쇄하면서 18건에서 임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 국민은행도 작년 9월 이와 비슷한 불공정행위를 저질렀다가 시정조치를 받았다.
서울 제일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들이 올해 5백13개의 점포를 폐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행위가 또 생길 전망. “아무리 힘이 세고 구조조정이 급하더라도 지킬 것은 지키라”는 것이 공정위의 요구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