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으로 남북경제협력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북한투자를 모색하는 중소기업들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에 자재공급 및 하도급공사를 맡는 형태로 북한과 교역하고 있는 중소기업만도 이미 4백여개에 달한다.
현대가 앞으로 추진할 장전항 부두시설공사, 해상호텔 건립, 괘속선관광사업, 온천개발 등에도 수백여 중소기업들이 참가할 예정이다.
▽서해안공단 조성〓현대와 중소기업 모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사업은 서해안공단 개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산하 중소기업인 2백명과 현대측이 8일부터 11일까지 현대 봉래호에서 가진 대북투자 선상세미나에서도 서해안공단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현대와 기협중앙회측은 우선 서해안 해주지역에 2천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 초기 4년은 경공업 단순위탁가공 형태의 업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그 뒤 4년은 중공업관련 중소기업들까지 유치해 수출전문 공단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육로개척이 필수. 현대측은 남북한 당국에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육로 개방과 무비자 북한 방문을 요구할 방침이다.
▽99년은 남북경협 원년(元年)〓중소기업들은 기협중앙회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1억달러 규모의 남북경협 사업을 펼친다. 기협중앙회는 우선 북한 유기질비료의 원료인 이탄과 황해제철소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들여오기로 했다. 이탄 반입량은 연간 5만t(1백50만달러 상당) 정도.
우림석유는 평양시내에 주유소사업을 펼치기로 하고 평양시내에 1호점 개설을 추진중이다. 라이터조합은 올상반기 중 월 1천만개 규모의 라이터부품을 북한에서 위탁 생산할 예정. 공예업체들도 모조 장신구류 제품의 위탁 생산을 추진중이다. 기협중앙회는 또 북한상품을 수입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 중소기업제품판매장에서 판매키로 북한측과 합의했다.
▽대북투자시 유의할 점〓90년 이래 지금까지 4백여개의 중소무역업체들이 북한 교역에 뛰어들었지만 살아남은 업체는 겨우 20여곳 정도. 97년 ‘흑금성’사건이 터지자 이들 업체는 주위에서 간첩 취급을 받을 만큼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과 교역하는 업체들의 모임인 한민족물자교류협회(회장 김영일·金英一)는 “금강산관광사업으로 남북경협이 새로운 지평을 맞았지만 북한이 개방될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