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또 한국 복어채낚기 어선 74척과 갈치채낚기 어선 18척의 일본 EEZ내 조업을 허용하는 대신 일본어선의 한국 EEZ내 복어반두(그물을 둘러쳐서 떠올리는 어업) 조업 어선수를 현재 4척에서 30척으로 26척 늘리고 일본어선의 제주도주변 조업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김선길(金善吉)해양수산부장관과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일본농수산상은 이날 일본 도쿄(東京)의 국회의사당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어업실무협상 합의서를 교환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했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 쌍끌이어선 80척에 대한 어획할당량은 지난달 5일 합의된 외끌이어업 및 트롤어업분 어획량 7천7백70t의 범위에 포함하되 할당량이 80% 이상 소진될 경우 추가배정하는 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결과적으로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진행된 한일 어업협정 실무협상은 ‘얻은 것이 없는 굴욕 협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익이 없다〓재협상의 목표는 한일어업협정에서 빠졌던 우리나라의 쌍끌이 어선 조업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총어획량(14만9천t)은 늘어나지 않고 14개업종별 어획량이 재조정됐을 뿐이다. 쌍끌이 입어 척수 80척을 확보했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일뿐 실익은 전혀 없는 셈.
해양부는 “이미 합의된 어획량 쿼터를 전부 쓰지 못하므로 전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쌍끌이 추가확보 실패의 변명치고는 군색하다는 지적이다.
▽일본을 너무 몰랐다〓김선길해양부장관은 11일 쌍끌이 추가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며 무턱대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이 우리측 요구를 쉽게 들어주어 하루이틀 사이에 재협상이 끝날 것으로 쉽게 생각했던 것.
쌍끌이 조업 척수와 관련해 어민들은 2백20척, 6천5백t을 주장했고 해양부는 이를 토대로 1백10척, 2천5백t안을 내놓았다. 한국의 대형 쌍끌이 어선들이 물밀듯이 밀어닥칠 것으로 본 일본 어민들의 반대에 부닥치자 우리측 협상단은 결국 일본측의 처분만 기다린 채 ‘구걸외교’로 일관한 것.
▽뒤진 수산행정〓‘주먹구구식’ 수산행정으로 우리측 실무진은 또 한번 망신을 자초했다. 일본이 방대한 자료를 갖고 나온 데 비해 우리는 주장만 앞세웠다. 일본측은 어민들의 반대를 이유로 기존의 쿼터를 한치도 건드릴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우리측은 여기에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도 김장관은 협상종료 하루 전날까지 1천t을 추가확보했다고 큰소리를 쳐 국가적인 망신을 당했다.
이번 쌍끌이 협상은 우리나라 수산행정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놓았다. 낙후된 수산행정 시스템과 수산전문인력의 태부족 등 그동안 가려져 있던 환부가 그대로 드러난 것.
해양수산개발원 박성쾌(朴星快)수산정책실장은 “어업무선국을 전면 확대개편해 어민들의 조업위치와 어획량을 정확하게 수집하고 외교통상부 등과 협상전문가를 인사교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진기자·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