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데이콤의 대주주인 삼성과 동양은 이달들어 주식시장에서 경쟁적으로 데이콤주식을 사들여 동양은 지난달 14.1%에서 16.6%로, 삼성은 13.48%에서 14.9%로 각각 지분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월말 삼성이 13.48%로 최대주주가 된 지 일주일만에 동양은 지분을 14.1%로 늘려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양사는 엎치락뒤치락 데이콤주식을 늘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10% 지분제한’이 해제될 당시 동양 8.83%, 삼성 8.38%와 비교하면 10개월 동안 지분이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사실상 최대주주인 LG도 최근 지분을 늘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4.87% 지분만 가졌지만 우호지분을 포함해 3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해온 LG는 최근 35%선까지 지분을 끌어올린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데이콤주식을 사들이면서 올해초 4만8천원선이던 데이콤 주가는 현재 7만2천원까지 치솟았다.
▽재벌들, 왜 데이콤에 눈독 들이나〓데이콤은 유선통신분야에서 한국통신에 이은 2위 업체로 작년 6천8백억원 매출에 1백50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현재 주력사업인 시외전화 국제전화 부문에서는 고전하고 있지만 PC통신 천리안이 업계 1위를 달리고 있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미래형 통신분야에서 사업기반이 가장 탄탄하다는 평. 4월에 쏘아올릴 오라이언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사업과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의 대주주라는 점도 대기업들이 데이콤을 탐내게 하는 이유다.
특히 LG는 데이콤을 인수할 경우 LG정보통신 LG텔레콤 등을 합쳐 유무선통신서비스와 통신장비를 망라한 종합통신사업자로 변신할 수 있다. 삼성도 데이콤이 LG에 넘어가면 통신사업에서 LG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데이콤 경영권 어디로 가나〓동양은 데이콤 지분을 매입하고 있지만 경영권에 대한 욕심은 버린 것으로 재계는 분석한다. 동양이 최근 삼성에 데이콤 지분 매각을 제안했다는 소문도 업계에 나돌고 있다. 삼성측은 동양이 제시한 주당 16만원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거절했다는 후문.
재계는 또 정부가 96년 PCS 사업자 선정당시 LG로부터 받아둔 ‘데이콤 지분을 5%이상 보유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이달말경 LG와 현대의 반도체빅딜 가격협상이 타결되는 과정에서 풀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LG의 데이콤 지분제한은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며 “빅딜 등 산업정책 차원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해 이런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기업들은 이 때를 대비해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
따라서 데이콤 경영권 향방은 4월 이후 실질적인 대주주 LG와 아직 확고한 결심을 내리지 못한 삼성의 한판승부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다.
〈김학진기자〉jean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