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지폐발행을 지지하는 논거는 대체로 수표 발행비용이 높고 거래할 때마다 이서와 실명 확인을 하는 불편이 따르고 경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용 불편을 내세워 10만원권 지폐를 발행하자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현재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변화와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금융실명제 도입과 금융개혁 등으로 금융거래가 보다 투명해지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꼭 현금으로 거래를 해야 편리하다는 것은 단견이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현금은 대부분 소액거래에 국한되고 거액거래는 당좌수표 신용카드 전자송금 등으로 이뤄진다.
신용사회를 위해서는 자기앞수표보다 가계수표 신용카드 직불카드 전자화폐 등 발행비용도 적고 편리한 지급수단이 활성화돼야 한다. 현금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선진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금융거래를 국제기준에 맞추어 투명하게 해야만 외환위기의 재발을 막고 선진사회로 나갈 수 있다. 자기앞수표 발행비용이 높다고 해서 고액권 발행으로 대체했다가는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검은 거래’에 악용돼 금융실명제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국세청이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취급하지 않는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같은 취지라고 본다.
고액권 발행은 특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과소비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최근 정치권에서 10만원권 지폐발행을 주장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필요성이 절실해진 때문이라는 의혹어린 시선도 있다.
10만원권 화폐를 졸속으로 발행하는 것보다 가계수표나 신용카드 사용을 활성화하는 쪽이 신용사회 정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재응 성균관대 부총장·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