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10만원권 지폐]최범수/ 사용편리 『찬성』

  • 입력 1999년 3월 18일 19시 02분


《10만원권 지폐를 발행하는 방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일단 발행 유보쪽으로 내부방침을 정했지만 공청회 등에서 나타난 여론을 보면 수표발행 비용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고액권 화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용사회 정착에 걸림돌이 되고 과소비 조장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회용에 불과한 자기앞수표를 거의 모든 사람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이에 따른 비용과 불편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은행은 조폐공사로부터 자기앞수표 용지를 공급받는다. 은행이 수표발행을 통해 얻는 수수료 수입은 인쇄비를 충당하는데 불과하고 제반 비용은 고스란히 은행 부담이다.

은행이 발행한 수표가 은행창구로 되돌아오면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한 뒤 교환에 회부한다. 유통이 끝난 수표는 5년 동안 보관해야 하는데 그 규모가 매일 3백만장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다.

분실 사고가 발생하면 법원 판결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회수하기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 은행은 사고수표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모든 수표를 점검해야 한다.

매일 3백만장이 넘는 수표의 금액과 10자리 숫자의 수표번호를 일일이 복수로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수표받기를 꺼리거나 주민등록증을 확인하는 상인 때문에 얼굴을 붉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고객 불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수표발행에 따른 직간접 비용이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75% 이상이 금액으로는 5%에 불과한 10만원권 수표 때문에 생긴다.

고액권 발행을 반대하는 논리는 심리적인 것일 뿐 실증적 논거로서는 빈약하다. 물가상승 유발을 우려하지만 지갑 속의 10만원권 수표가 10만원권 지폐로 바뀐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현재의 1만원권보다 조금 작은 자기앞 수표와 비슷한 크기로 10만원권을 발행하면 된다.

뇌물 등 음성적 자금거래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뇌물을 주거나 받고 싶은 사람이 10만원권 지폐가 없다고 해서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 추적하기 위해 수표 발행을 고수하는 것은 마치 고속도로를 막고 음주단속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사실은 상습 음주운전자는 이미 국도로 우회한다는 사실이다. 수표유통에 따른 비용은 바로 국민 부담이므로 고액권 지폐를 하루빨리 발행해야 한다.

<최범수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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