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 상장사들은 작년 사상 최대의 적자와 배당실시 회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올 주총에서 배당금을 40% 이상 늘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특히 기업들이 투명경영과 집중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요구 등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들을 ‘달래기 위한’ 선심성 고율 배당을 많이 한 것으로 증권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상장사들이 지금껏 고수해왔던 저배당정책을 포기하고 고배당정책 기조로 완전히 돌아섰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
▽배당 현황〓22일 증권거래소가 12월 결산 상장사 중 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은 3백90개사의 올해 배당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배당금은 작년에 비해 42.3% 증가한 1조3천3백66억원에 달했다.
주당 배당금은 4백41원으로 작년보다 10%(40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배당률(주당 배당금을 액면가 5천원으로 나눈 것)은 8.8%로 0.8%포인트 높아졌다.그러나 배당수익률(주당배당금을 작년말 종가로 나눈 것)은 2.4%로 오히려 작년에 비해 0.9%포인트 감소했다.
배당수익률이 감소한 것은 작년말 주가가 97년에 비해 49.5%나 상승했기 때문.
12월 결산사 중 현금배당을 실시한 회사는 2백50개사(64.1%)로 작년보다 11개사가 감소했다. 무배당에서 배당으로 전환한 상장사는 35개사, 반대로 무배당으로 ‘전락한’ 회사는 대창단조 등 총 46개사였다.
주당 배당금은 한국카프로락탐과 조흥화학공업이 2천5백원, 배당수익률은 조흥화학공업이 8.9%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배당금 총액은 한국전력이 2천7백86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포철 삼성전자 LG반도체 대우중공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룹별 주당 배당금 순위는 △SK 4백97원 △삼성 4백19원 △롯데 4백13원 △LG 한진 각 3백33원 등의 순이었다.
▽적자 배당사〓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면서도 배당을 실시한 회사는 디아이 동방아그로 화천기계공업 삼화콘덴서 한일이화 삼영모방공업 태원물산 한국폴리우레탄 등 모두 8개사.
디아이 화천기계공업 태원물산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데 따른 손실보전차원에서 배당을 실시했다고. 반면 삼영모방공업은 올해 배당을 하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 2부로 탈락할 처지에 놓여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배당을 하게 된 케이스.
반면 동방아그로는 부실자회사를 정리하면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대손상각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으나 영업에선 이익을 내 배당을 하게 됐다는 것.
▽배당금 증가 요인〓상장사 전체로는 적자규모가 12조1천억원에 이르지만 은행을 제외한 제조업체 적자는 3천억원대. 특히 자본금 7백50억원 이상인 대형사들은 2조1천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증권거래소는 이처럼 △대형 제조업체의 배당이 늘어난 가운데 △발행주식수가 97년말에 비해 26% 증가하고 △소액주주들을 위한 ‘선심성’ 배당으로 총배당금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증권전문가들은 “고배당정책이 장기투자 확산에 도움이 되지만 자산매각 자산재평가 등으로 겨우 적자를 면한 기업들이 현금을 사외로 유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