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시 뜨자 명동 사채시장도 장외투자 「부업」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여의도가 기지개를 펴니 명동이 만세를 부른다.」

주가가 상승무드를 타면서 단기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금이 서울 여의도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몰리자 명동 강남 일대 사채시장에서도 장외 주식투자 붐이 덩달아 일고 있다.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대세 상승을 점치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주식을 사겠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물량이 없어 호가만 치솟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도물량이 나오기가 무섭게 매수자가 덥석 ‘물어버린다’는 것.

▽1백억원대의 ‘부업’〓사채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소문이 난 비상장주식이 대부분. 증권거래소 장내에서 거래되는 상장주식과 코스닥에서 매매되는 장외등록주식과는 달리 사채업자가 중간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게 특징. 말하자면 주식중개 역을 하는 셈.

그 대가로 주식값에 따라 주당 1백∼2천원의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파이낸스 관계자는 “사채시장의 주력 영업은 어음할인이지만 증시가 활황국면으로 들어서면서 비상장주식을 ‘부업’으로 취급하는 사채업자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주식거래량이 평균 2천∼3천여주, 거래대금은 1억∼2억원에 이른다며 “작년초에 비해 3배 이상 거래규모가 커졌다”고 설명.

사채전문가 오남영(吳南永)이원컨설팅사장은 “명동 강남 등 일대의 40여개 업체가 한달 평균 1백만주, 거래대금 1백억원대의 비상장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귀띔했다.

▽어떤 주식이 거래되나〓현재 거래소종목인 한전 한국통신 외환은행 주식은 한때 사채시장에서 한몫하는 인기종목이었다. 주식값은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액면가에서 옆걸음치다가 상장설이 나돌면서 서서히 오르기 시작한다고.

요즘 사채시장의 인기종목은 삼성SDS 한통프리텔 한솔PCS 담배인삼공사 신세기통신 등. 삼성SDS의 경우 작년 10월초 주당 1만7천원대에 거래되다가 올들어 상장설이 나돌면서 24일에는 주당 6만2천원선으로 폭등했다. 250% 가량 치솟았지만 지금도 ‘없어서 못팔 정도’라는 것.

▽누가 팔고 누가 사나〓사채시장에 주식을 내다 파는 사람은 발행회사의 임직원들. 작년 대규모 감원파동 이후 직장을 떠난 퇴직자들이 우리사주를 집중적으로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사채시장의 주식거래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삼성SDS를 비롯해 사채시장을 통하지 않고 PC통신을 통해 직원들간 직거래가 활발한 곳도 적지 않다.

사채시장의 매수세력은 자금동원에 일가견이 있는 ‘큰손’들. 요즘에는 금리하락 이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투자자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S파이낸스 관계자는 “이달초 한 전주(錢主)가 명동에서 저가에 매집해온 10만주 가량의 비상장주식을 한꺼번에 팔아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귀띔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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