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기업에 대한 은행권 대출금리가 우대금리 이하의 한자릿수 대로 떨어지면서 지난해 25%대까지 치솟았던 사채시장 금리도 동반 하락하고 있는 셈.
이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어음할인이 쉬워지고 부담도 크게 가벼워졌다.
▽A급어음이면 금리네고도 가능〓28일 금융계와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5대그룹의 우량계열사의 발행어음(A급어음) 할인금리는 이날 현재 월 0.825%로 연간 부담해야 할 대출금리는 9.9%선으로 떨어졌다.
중소업체들이 물품대금으로 받은 매출어음(진성어음)을 현금으로 바꿀때 어음발행회사가 5대그룹에 포함되는 우량 계열사라면 연 9.9%의 선이자만 주면 즉각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특히 5대그룹의 10여개 우량기업의 경우 여러명의 사채업자에게 A급어음을 제시하고 금리경쟁을 붙여 좀더 비싼 값에(더 낮은 금리로) 어음을 할인해가고 있다고 한 사채업자는 말한다. 5대그룹 어음 할인금리는 작년 1,2월경 월 1.8∼2.0%(연 21.6∼24.0%)까지 치솟은 후 △9월 월 1.2% △11월 월 1.05% △올 1월 0.95%로 계속 낮아지고 있다.
5대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신용도에 따라 월 1∼1.4%(B급어음), 월 1.5∼1.8%(C급어음)의 선이자를 떼고 있다.
채권금융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대상으로 지정한 기업은 B급으로 분류돼 월 1∼1.1%(연 12∼13.2%)수준에서 어음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어음할인업체인 우신파이낸스 한상준(韓相俊)사장은 “기아자동차 발행어음의 경우 작년에는 할인조차 받을 수 없었지만 현대그룹에 인수된 이후에는 A급어음 대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왜 떨어지나〓시중의 풍성한 자금사정과 은행의 적극적인 영업이 주요 원인. 명동의 한 사채업자는 “은행들이 상업어음 할인을 싹쓸이하면서 웬만한 어음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실세금리 하락 이후 자금운용을 위해 우수 대출고객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중소기업 어음할인한도를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대출세일에 나서 이제는 웬만한 발행어음은 은행권에서 할인이 가능해졌다.어음할인을 위해 사채시장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얘기다.S파이낸스 관계자는 “작년말 이후 경기가 회복기미를 보이면서 어음발행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시중자금이 풍성한 탓인지 정작 사채시장에 공급되는 어음물량은 감소하고 있다”며 “A급어음은 구경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