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우리경제를 이끌어갈 산업을 어떤 방식으로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경제의 주력산업들은 정부 및 금융권의 집중적 자금배분과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용인되는 재벌체제를 밑거름으로 성장해왔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특혜성 금융지원과 재벌체제가 모두 불가능해짐으로써 한국 경제는 이제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재벌체제의 개혁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민간업계 쪽에서는 우리경제가 선진경제를 따라잡는 것이 영영 불가능해졌다는 탄식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위 임원은 “정부는 기존 재벌체제를 와해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속체제를 제시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탈출, 외자유치 등 ‘불똥’이 꺼지자 경제운용의 ‘공백기’가 찾아왔다는 지적.정부는 현재 지식산업과 벤처기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대안이 우리경제를 끌고갈 효자산업으로 발전하기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요즘 재벌체제의 후속대안을 모색하느라 분주하지만 뚜렷한 전략목표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양적성장을 지탱해왔던 생산요소들이 한계를 맞은데다 질적인 전환을 꾀할 경제 신경망(神經網)이 IMF체제 들어 크게 손상을 입은 탓이다. 그러나 이같은 경제 비관론은 과도기적 혼란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재벌체제의 유용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시점”이라며 “대기업간 제휴 등으로 재벌체제의 장점을 살릴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박래정·이명재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