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0∼12월에 조사해 30일 발표한 표준약관 사용실태를 보면 조사대상 39개 업체 중 대형업체 등 16개사가 불공정 약관을 사용했다.
이들은 공정위가 승인한 표준약관의 일부 조항을 빼거나 고쳐 쓰면서도 공정위의 승인을 얻은 것처럼 교묘하게 선전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해당 약관의 불공정조항을 삭제 또는 수정하도록 시정조치하고 소비자보호원 등에 적발사실을 통보해 상시감시토록 했다.
▽위약금 ‘바가지’〓성원종건 성원토건 청구 대동주택 등은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위약금으로 ‘임대보증금의 10%’를 요구했다. 법정 위약금인 ‘임대료총액의 10%’보다 4∼7배나 많은 위약금을 챙기겠다는 속셈. 성원토건의 경우 보증금 1천46만원에 월임대료 3만2천원인 20평짜리 임대아파트의 위약금은 1백4만6천원으로 법정위약금 26만5천원의 약 3.9배의 바가지를 씌웠다.
그런가하면 해약시 이미 낸 계약금 및 중도금에 대한 이자와 중도금 연체료를 돌려주지 않는다는 조항을 넣어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었다. 현대산업개발 SK건설 동아건설 경남기업 부영 동부건설 대한부동산신탁 동보건설 한국종건 등이 이 경우다.
▽해약사유 불명확〓SK건설은 ‘관리상 필요에 따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약관에 포함시켰다. 계약해지 사유는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
▽환불대금 늦게 주기〓현대산업개발 약관은 ‘이미 낸 분양대금은 해약요청을 받은 뒤 30일 이내에 환불해주겠다’고 돼 있다. 계약 해제와 대금 환불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집은 작게 짓고 돈은 그대로 받고〓한국종합건설 한국부동산신탁 동보건설 등은 ‘실제 면적과 등기부상 면적의 차이가 건물은 0.3%, 대지는 2% 이내라면 분양대금을 따로 정산하지 않는다’고 약관에 적어 놓았다.
▽일방적 설계변경〓한국부동산신탁은 상가를 분양하면서 ‘임의로 시설 및 용도 변경을 할 수 있으며 고객은 일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약관을 사용했다.
▽자의적 임대료 인상〓현대산업개발과 대우는 ‘임대보증금은 매년 5%씩 인상한다’는 계약을 강요했다.실제 입점 이전에 사용한 전기나 수돗물의 요금은 당연히 사업자가 내야 하는데도 우방 청구 동보건설은 상가 분양시 입점예정일 이후 고지된 전기 수도료 등을 입점예정자가 내도록 했다.
▽일방적 단전 단수조치〓현대산업개발은 ‘임차인이 계약 만료 이후 임대아파트를 비워주지 않을 경우 단전 단수 난방공급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주택명도소송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력행사를 공언한 것.
▽재판관할도 업체 위주〓SK건설 한국종합건설 동보건설 등은 ‘본 계약에 관한 소송은 사업자 소재지 관할 법원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예컨대 부산에 지어놓은 아파트의 분양계약자도 소송을 하려면 서울에 있는 법원을 오가야 한다는 것.
〈이철용기자〉l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