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관리실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났는데도 사고원인을 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듀크호 22명 승선자 모두 구조작업에 매달려 있어 자세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엉뚱한 대답만 되풀이.
○…현대상선은 특히 이번달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서해안공업단지 조성사업 등 경협 세부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이번 사고로 ‘왕회장’방북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
한 관계자는 “1일 현재 현대금강호가 북한 장전항에 정박하고 있지만 북측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며 이번 사고의 불똥이 금강산관광으로 튈 것을 막으려는 모습.
○…현대 듀크호와 북한 만폭호는 충돌 직전까지도 상대 선박과 긴급 교신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국제항해 규정상 상대선을 오른편으로 바라보는 선박이 항로를 벗어나 피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며 “듀크호는 만폭호 우측에서 항해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만폭호가 피항(避航)할 것으로 판단하고 무선교신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해운 전문가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
○…현대상선은 듀크호가 구조작업에 부적당한 길이 2백64m의 대형선박인 만큼 1일까지 실종선원 수색작업에 동참한 뒤 구조한 북한 선원을 콜롬보항에 인계하고 예정된 항로로 운항토록 할 방침.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천4백여개를 한번에 실을 수 있는 듀크호는 사고 당시 4천여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있었으나 충돌에 따른 피해는 거의 보지 않았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