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이후 투자처를 잃어버린 뭉칫돈들이 대거 주식시장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한 증권 분석가는 “풍부한 자금이 주가를 한단계 ‘레벨업’시키는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과열 기미마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달아오르는 객장〓고객 김모씨는 C증권사 개인고객팀 박모부장과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뭘 사면 되느냐. 좋은 종목 알려주면 신세를 꼭 갚겠다”며 다짜고짜 종목추천을 요청했다. 박부장은 “고객으로부터 대접을 받을 정도”라며 “고객들이 너무 흥분한 것 같다”고 걱정했다.
현대투자신탁증권의 명동다이너스티클럽 상담실은 요즘 몰려드는 억대 고객들로 하루종일 꽉 차있다. 여유자금이 1억∼5억원인 고객들도 상담을 받으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정도.
이 회사 정갑부(鄭甲富)프라이빗뱅커는 “명동의 ‘큰손’고객은 지금까지 안전한 공사채형만 이용했는데 요즘은 만기가 안된 공사채형 펀드를 중도해약하고 주식형으로 갈아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고객은 “은행 금융상품이 안전하지만 금리가 너무 낮아 가입할수록 손해보는 느낌”이라며 “위험은 다소 있지만 수익률이 2,3배이상 차이가 나는데 가만히 있을 바보가 어디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쇄도하는 뭉칫돈〓은행 금전신탁에선 3월 한달동안 5조6천억원이 인출됐다. 종합금융 발행어음 잔액도 2조7천억원가량 감소했다. 은행 저축성예금은 3월 한달동안 8조2천억원가량 늘어났지만 증가규모가 둔화되는 추세.
반면 투자신탁의 주식형펀드에는 올들어 △1월 1조5천5백억원 △2월 4천3백60억원 △3월 1조7천9백억원이 신규 유입됐다.
3월말 현재 주식형펀드 잔액은 약 12조3천억원으로 작년말 이후 발매된 뮤추얼펀드(8천억원)까지 합치면 간접투자자금은 13조1천억원에 이른다.
또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도 3월중 1조5천5백억원이 증가, 월말에 5조3천억원을 기록했다.
▽‘저금리’가 촉발한 이상과열〓‘콜금리 연 4%대, 회사채금리 8%대, 은행권 예금금리 7∼8%대’로 상징되는 초저금리 기조는 ‘시중자금의 탈(脫)은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금리가 추가하락할 기미가 보이면서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
투신사 공사채형펀드에 있던 자금들이 주식형펀드로 자리바꿈을 하는 등 투자자금의 성향도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
이달중 만기가 돌아오는 20조원의 공사채형 펀드중 상당액의 투자자금이 주식형으로 갈아탈 것으로 낙관하는 분위기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