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30대 대기업의 계열사 변동 현황을 살펴보면 대기업의 금융업에 대한 집착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신규로 30대기업에 편입된 82개사 가운데 15%를 넘는 13개사가 금융관련 회사다. 반면 매각 청산 등으로 계열사에서 제외된 2백개 회사 가운데 금융 관련은 10여개사로 5%에 그쳤다.
대기업들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는 와중에서도 금융업 부문사업은 인수 신설을 통해 오히려 확장에 나섰다는 얘기다.
금융업을 정리한 경우도 재산분할을 위해 친족분리되거나 ‘그룹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각한 게 대부분.
현대는 2세들의 지분 정리를 위해 해상화재를 계열분리했고 삼성 역시 재산분할 차원에서 보광창업투자를 떼냈다.
그룹 전체가 위기에 몰렸던 기업들이 회생발판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금융업을 매각한 경우도 있다. 쌍용은 투자증권과 투신, 동아는 증권을 팔아넘겼다. 반면 한화는 주력 계열사인 정유를 현대에 팔아넘기는 등 대대적인 자산 매각을 하면서도 증권 투신 파이낸스 등 금융업종만은 끝내 지켰다.
금호도 생보사와 종금 캐피털 등을 보호했으며 동아 역시 증권은 내놓았지만 생명보험과 주택할부금융사는 유지했다.
대기업들의 이같은 금융업 보호는 제조업종에 대해 가차없이 ‘칼’을 들이댄 것과는 사뭇 대조를 이룬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