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실업 대책 감감…공공근로등 대부분 단기처방

  • 입력 1999년 4월 6일 19시 36분


이삿짐센터 직원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초 회사부도와 함께 실직한 Y씨(36·서울 동대문구 제기동)는 요즘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

실직후 수입은 두달동안 매월 40만원 가량의 실업급여를 받은 것과 지난해 7월부터 1단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 석달간 일해 얻은 1백70여만원이 전부. 공공근로사업은 이후 여러번 신청했으나 한번 참가했다는 이유로 가장 후순위로 밀려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에 5백만원의 생계비 대출을 신청, 대부확인서까지 받았지만 보증인을 구하지 못해 빌리지 못했다. 웬만한 친척에겐 이미 돈을 빌린 적이 있어 더이상 손을 벌리기도 어렵다. 실직 1년만에 당장 끼니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Y씨의 경우처럼 최근 실직한지 1년 이상된 장기실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정부 실업대책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여 있다. 정부의 대책이 대부분 단기실업자 위주로 짜여있기 때문이다.

실업자를 위한 대표적인 대책인 실업급여의 수혜기간은 최장 6개월, 공공근로사업은 최장 3개월이다. 게다가 실직자대부는 담보능력이 없는 저소득 실직자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가 실시하는 재취업 훈련기간도 기껏해야 1∼6개월이다. 그나마 직업훈련과 공공근로사업은 한가지만 선택해 참여할 수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2월말 현재 1백78만5천여명의 실업자 중 1년이상 장기실업자는 4.7%인 8만4천여명. 그러나 이는 공공근로사업이나 재취업훈련 참여자와 구직의사를 잃어버린 실망실업자 등을 제외한 숫자. 실제와는 엄청난 괴리가 있는 셈이다.

참여연대와 경실련, 한국노총 등 시민 노동단체가 추산한 1년이상 장기실업자는 90만명 가량.

1년 전에 비해 실업자군의 상황은 이렇게 달라졌지만 지난달 19일 발표한 정부의 실업대책은 △벤처기업 지원과 사회간접자본 투자확대를 통한 고용창출 △공공근로사업 직업훈련 확대 등 단기대책을 연장하는 것에 집중됐다. 장기실업자대책은 거의 전무했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이와 관련, 장기실업자층을 수혜대상으로 포함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등 사회안전망 구축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장원(李章源)박사는 “장기실업자의 대부분은 저학력 저기능 실업자여서 재취업이 힘들다”며 “이들을 위한 자활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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