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상승세 증시분석]「기관」이 활황장세「기관차」

  • 입력 1999년 4월 7일 19시 50분


“사소한 악재는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연일 초강세를 보이는 활황장세.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증시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객장을 꽉 메운 개인투자자들이 팔아버린 주식이 계속 오르는 것을 전광판에서 확인하고는 안타깝게 발을 구르며 후회하는 장면도 오랜만에 등장했다.

저금리추세가 가속화되면서 갈곳을 찾지 못한 시중의 뭉칫돈들이 증시에 대거 몰리고 있다.

7일 종합주가지수는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의 ‘사자’주문이 대거 쏟아지면서 한때 690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연 6일째 상승세.

그러나 장 막판 주가가 많이 오른 틈을 타 이익을 실현하려는 개인들의 집중매도로 주가는 전날보다 6.63포인트 오른 673.36에서 마감됐다.

▽기관들이 이끄는 장세〓줄곧 외국인들이 주도하던 장세를 이제 기관투자가가 넘겨받았다. 특히 투신권은 올들어 1조7천억원어치 이상을 순매수, 최대의 매수세력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투신권은 8천7백3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수하게 사들여 4천4백4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데 그친 외국인을 압도했다.

이처럼 기관들이 엄청난 주식을 사들이게 된 배경은 저금리시대에 갈 곳 없는 시중자금이 뮤추얼펀드 및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대거 몰려들었기 때문.

3일 현재 투신권의 주식형 수익증권 상품규모는 13조2천억원. 올들어서만 4조8천8백여억원의 신규자금이 유입됐다.

그러나 전체 수익증권 중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까지 올라갔던 96,97년에 비해 턱없이 낮은 5%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간접투자상품의 주식 매수여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

지난달 2일 4조1천억원이었던 고객예탁금도 꾸준히 증가, 한달만인 2일에는 5조4천억원, 6일에는 5조7천억원에 달했다.

개미군단이 가세하고 부활절 휴가를 마친 외국인들도 다시 2일부터 순매수로 돌아서 기관투자가와 ‘사자’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700선 돌파할까〓증권분석가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한동안 상승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그러나 각종 지표가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경고를 보낸다는 전망도 있다.

한국투자신탁 장동헌(張東憲)주식운용 1팀장은 “기관들의 매수가 시가총액이 큰 업종대표주에 집중돼 종합주가지수는 계속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쌍용증권 장용훈(張容薰)투자분석부장은 점차 살아나고 있는 일본의 경기가 한국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리와 주식 저평가 정도를 고려할 때 종합주가지수 830까지도 무난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동양증권 서명석(徐明錫)투자전략팀 차장은 ‘20일 이격도’‘투자심리도’ 등 기술적 지표가 과열권에 근접해 700선 돌파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개미군단’의 향방〓개인투자자들은 대체로 주가가 올랐을때 팔아 치우고 기회를 보아가며 다시 들어간다는 입장.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증시상황은 기관화장세의 초기에 불과하다”며 “아직까지는 매수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한다.

LG증권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선호하는 주식으로 △지수관련주 △업종선도주 △액면분할 예정주 △고가 우량개별주 등을 거론하며 이들 주식을 사서 한동안 보유하는 중장기적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마이다스에셋의 김기환(金基煥)자산운용팀장은 “아직까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우량주들이 많다”며 그동안 부실 계열사에 막대한 자금을 뺏겨 부진을 면치 못했던 지주회사 주식을 추천했다.

〈정경준·이용재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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